수상한 사람을 만났다. 시원한 대머리에 무언가를 달관한 듯 살짝 풀린 눈. 한 때 ‘K리그 클래식’을 주름잡았던 과거의 명가 ‘성남 일화 천마’팀의 ‘빠돌이’를 자처하는 만화가 ‘샤다라빠’ 김근석(남·34)씨다. 포근한 봄 햇살이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을 비춘 3월의 첫 번째 일요일, 맥주 두 박스를 사들고 경기장을 찾은 그를 만났다.

성남 일화 서포터즈 속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그는 영락없는 축구광이다. 2003년, 축구 경기의 매력에 빠진 그는 서울 소재 클럽인 ‘FC 서울’이 없던 당시 상계동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성남 일화’를 택했다.

“김도훈, 신태용, 이성남.. 그 때는 정말 대단했죠” 집에서 더 가까운 ‘FC서울’이 생긴 후에도 응원팀을 바꾸는 일은 그에겐 있을 수 없었다. 이미 성남은 그에게 있어 삶 자체였다.

“아, 성남! 그림 좀 잘 그리게 이겨보라고!”
그는 현재 성남 일화 팬의 1인칭 웹툰인 ‘제멋대로 성남빠’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 중인 K리그 웹툰 ‘풋볼다이어리’를 그리고 있다. 2006년, 우연한 계기로 성남 웹진 만화를 그리면서 K리그 관련 만화를 연재하게 된 그는 국내 최초의 ‘축구 전문 카투니스트’다.

- 축구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한 계기는
“축구는 경기를 보는 것 외엔 따로 즐길만한 컨텐츠가 없다. 제대로 된 축구 전문 프로그램도 드물다. K리그 팬들이 경기를 다 보고 할일이 없을 때 볼 만화를 그리고 싶어 작품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 작품 활동 시 가장 중요시하는 철학은
“즐거움이다. 모든 팬들이 즐거워하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 내 작품 활동의 지향점이다. 연재를 하다보면 K리그 클래식 16개 구단 중에 지는 팀이 절반이라 모두가 똑같이 즐거울 수 없는데 진 관중도 내 만화를 보고 기분이 풀리게 만드는 것이 참 어렵다”

- 작품 그릴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팬들의 심정과 현장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경기 내용 분석은 수많은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다”

- 다른 작가와는 차별화되는 ‘샤빠’만의 정체성을 정의해본다면
“성남 팬인 작가니까 성남 팬만 그릴 수 있는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이 점이 성남 팬은 물론, 다른 구단의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다른 팀 팬들 입장에선 성남 팬 입장에서 본인 팀 이야기를 풀어내면 흥미를 느끼게 마련이다”

-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예전에 ‘모따신’으로 불렸던 모따(Joao Soares Da Mota Neto) 선수가 한창 주가를 올릴 때 그의 활약에 흥분해 ‘은퇴 후에도 성남에 남아 감독까지 해달라’는 내용의 작품을 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성남이 모따를 포항으로 방출시켜서 팬들에게 욕을 아주 많이 먹었다. 괜히 이상한 것을 그려서 모따를 이적시켰다고”

- 국내 최초의 축구 전문 카투니스트인데 이에 대한 자부심은 없나
“스포츠 카투니스트라고 해서 특별히 자부심을 느끼진 않는다. 단, ‘K리그’를 최초로 다룬 카투니스트란 점은 자랑스럽다”

0-3 패배를 예상하면서도 그는 90분 내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성남의 승리를 응원했다. 하지만 성남은 결국 1-2로 패했다.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내놓은 자식’ 조동건(건국대학교 05학번, FW) 선수의 결승골로 패해 더욱 속이 쓰렸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그랬듯 패배한 성남을 애정 어린 팬심으로 풍자하는 그만의 웹툰을 그렸다. 그에게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었는지 물었더니 이런 답을 남겼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내 작품을 재밌게 보는 것보다 내 작품을 보고 경기장을 직접 찾게 만드는 것이 더 보람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경기장에 오고 싶게 만드는 웹툰을 그리는 것이 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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