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획사들이 장악한 최근의 음악시장에서 1인 기획사를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학생이 있다. 최남희(공과대 건축04) 씨는 올해 5학년을 맞는 본교 재학생이면서 현재 음반기획사 ‘디스크셔틀’과 음반수입회사 ‘디스트리뷰션’의 대표다.

최 씨가 처음부터 1인 기획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외국의 좋은 음악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워 시작한 음반 수입이 시발점이었다. “제가 메탈, 펑크처럼 시끄러운 음악들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 외국에서는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가 많아요. 1년 가까이 그런 밴드들의 음반들을 주로 수입했는데, 어느 날 아는 동생이 원맨밴드를 시작해서 같이 앨범작업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 친구의 음반을 발매하는 식으로 기획사를 시작했습니다”

기획사 ‘디스크셔틀’의 모든 작업은 최 씨의 건축학과 설계실과 친구의 자취방에서 이뤄진다. 학생 신분으로 고정된 수입이 없어 최 씨는 용돈과 장학금을 쪼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여러 가지 힘든 여건에도 최 씨는 기획사 운영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내비쳤다. “디스크셔틀이란 회사명의 의미는 ‘빵셔틀’에서 나왔습니다. ‘듣기 힘든 음악을 마련해 놓을테니 들어봐라’ 하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지요. 앞으로도 대중성은 적지만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다룰 것입니다.”

디스크셔틀의 첫 앨범은 2월 12일에 발매됐다. 작년 6월에 모든 작업을 마쳤으나 자금이 부족해 6개월이나 늦어졌다. 디스크셔틀의 새 앨범은 LP형식이다. LP를 제작하는 제작공장은 국내에 단 한 곳 밖에 없지만 최 씨는 LP형식을 고집했다. “저는 음반을 살 때도 주로 LP판을 삽니다. LP만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음반을 LP로 낸다고 할 때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내고 말았죠” 신작 앨범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emo라는 장르의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트랙 ‘싸움의 끝’을 추천해요. 주위 사람들은 인터넷 다운로드 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히든트랙을 좋아하더라구요”

최 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정규앨범 발매이다. 하지만 앨범 발매보다 대중에게 디스크셔틀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음반을 파는 것 보다 사람들에게 저희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무작정 앨범 판매에 목매지 않고 우선 홍보에 중점을 두고 운영해나갈 생각입니다.”

최 씨는 04학번, 외동아들이라는 여건 속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여건에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학생회 생활만 3년 했습니다. 남들 안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에 ‘딴 짓’을 많이 했어요. 헌데 20대 후반에 접어드니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에 슬슬 부담이 오네요” 그럼에도 최 씨에게 음악은 곧 ‘삶의 활력소’이다. “앨범을 보며 하루에도 몇 번 씩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에도 음악은 여자친구 다음으로 저에게 활력소임과 동시에 ‘내가 멋지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위안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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