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직후 몇몇 대형 강의에서 갑작스레 분반이 결정되면서 해당강의를 신청한 학생들이 한동안 불편을 겪었다. 이러한 학사행정이 진행된 과정을 거슬러 따져 올라가니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이 원인의 출발점이었다. 바로 대학기관평가인증이 요구하는 지표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것도 갑자기 전달된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으로 학교 관련부서가 서둘러 강의편성을 조정했다는 후일담이 나오고 있다. 한국대학평가원이 주관하는 기관평가인증은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 기본요건을 충족하는지 판정하여 그 결과를 사회에 공표해 사회적 신뢰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그 의미를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학생의 학습 성과를 중시하고 대학의 질 개선을 지향하겠다는 기관인증이 현장에서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교육의 질을 보증하기 위해 시행하는 인증사업도 결국은 계량화되어 평가하는 상황에서 학교현장은 어떻게 왜곡돼서 반응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작은사례인 것이다.

대학가에 각종 평가와 인증이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몇몇 언론사가 중심이돼 대학의 순위를 밝힐 때마다 대학가는 한동안 진통을 겪는다. 순위가 올라간 대학들은 홍보 자료로 쓰기 바쁘고, 순위가 떨어진 대학은공정성과 합리성을 성토한다. 그러면서도 대학당국은 그 순위를 의식하여 학사행정의 우선순위를 바꿔버린다. 학교 역량의 총량에도 한계가 있기에 아랫돌 빼내 윗돌에 올려놓는 일이 벌어지거나 심지어는 평가 당시에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비교육적 행태도 나타나게된다. 대학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표가 스스로 목표가 되어 교육의 질을 깎아먹고 있다. 대학평가와 각종 인증이 강조될수록그 애초의 목적이 교육의 질 개선이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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