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하자마자 ‘식물정부’란 자의 반 타의 반 별칭이 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또다른 불만이 있다면 양성불평등 내각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 탄생으로 여성 장관도 많이 탄생하길 바랐던 여성계의 기대는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 장관 2명만 여성으로 임명하면서무참히 무너졌다. 양성평등 내각은 프랑스의 올랑드 내각이나 칠레의 첫 여성대통령 미첼 바첼렛의 사례만 봐도 세계적인 추세인데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 경향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양성불평등 내각 구성 배경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우선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 정부는 공직후보자를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로구축하는데 여기에 남성은 17만명, 여성은고작 3만명이 등록되어 있다. DB에 등록할 자격이 되는 사람이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등록하지 않는 사례도 있지만, 5급 이상 국가공무원 이상의 자격 요건이 되는 여성의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1999년까지 유지된 군대 가산점, 1989년까지 존재했던 여성공무원은 전체 10%만 뽑는 할당제 등이 그요인이다. 또 지난 10여년간 만난 사람을 모두 수첩에 기록했다 등용하는 것이 박근혜대통령의 인사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박대통령의 수첩에 올랐던 여성 인재들이 지난 19대 총선에서 국회로 많이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하나는 인사권자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해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18년 통치기간 동안 여성장관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영애 시절 아버지의 통치를 지켜 본 박근혜 대통령이 자연스런 양성평등 인식을 갖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여성인재의 자질도 거론된다. 청와대에서 오랜 기간 공무원들의 인사를 담당한 한 고위직 공무원은 “여성으로 장관 후보자가 될 만한 사람은 교수들이다. 그런데여교수들은 대부분 유학을 다녀온 맞벌이 부유층이라 부동산 등 재산 문제 때문에 인사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장관을 맡으시겠냐고 전화를 하면 여교수는 99% ‘가족과 상의하겠다’고하는데, 그러면 100% 나중에 거절한다”고털어놓았다.

여성계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문제라고 반박한다. 아시아에서 남편이나 아버지의 후광으로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여성의 사례는 꽤 있다. 파키스탄 부토총리, 필리핀의 코라손 대통령과 아키노 대통령, 인도의 간디 총리, 방글라데시 하시나 총리, 스리랑카 시리마보 총리 등이다.이들 국가에서 여성 지도자가 집권하는 동안의 공통점은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부패는 더 심해졌으며, 여성의 지위는 오히려하락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실패한 원인은 오랜 가부장제 문화에 젖은 남성들이 여성의 지도력에 진정한협조를 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한탓이 크다. 여성 지도자들의 남편부터 타락해서 부패 스캔들에 휩쓸렸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남성을 앞지른다. 여성의 경쟁력이 국가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란 인식은 이제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첫 여성대통령의 훌륭한 국정 수행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도 동반 상승해서 유리 천장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윤창수 서울신문 정책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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