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3년2개월 만에 뇌물수수혐의를 벗었다. 검찰이 사상 초유의 전직 총리 강제구인, 총리공관 현장검증까지 하며 한 전 총리의 유죄를 입증하려했지만 도리어 ‘표적기획’수사의 혐의만을 뚜렷이 입증한 셈이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6개월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야당단일후보로 출마해 선거 직전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서울시장선거에서 0.6%포인트 차로 지고 말았다. 미세한 표차에서 보이듯 검찰의 수사가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한 전 총리의 재판은 노무현 전 정부측 인사들과 야당세력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의 빌미이자 여론호도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검찰이 주어진 역할을 벗어나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해 선거의 결과에 개입하고, 잘못된 여론을 조성해 민주주의의 과정을 뒤흔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3년이 넘는 기간이라면 보통의 국민들은 없는 죄도 인정할 만큼의 길고 긴 시간이다. 범죄의 증거가 부족해도 피의자를 기소해 수년간 재판을 받게 하면서 사회적 고통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권력기관이 검찰이다. 그렇게 엄중한 권한을 지닌 만큼 자신의 능력을 법률과 양심에 근거해서 사용해야만 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은 ‘검찰개혁’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절실한 지 웅변해준다. 매번 정권 초와 정권 말에 화두처럼 등장하는 이 과제는 우리 사회의 깊은 병을 말해준다. 이번 재판과정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냉정한 비판을 검찰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 재판의 기소를 주도하고 승진까지 한 인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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