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보(學報) 연세춘추가 예산삭감에 대한 항의차원으로 지난주 호외 신문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연세대 학교당국은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올해 등록금고지서에 언론사비를 포함한 잡부금 명목을 선택납부로 바꿨다. 그러자 신촌캠퍼스 등록 학생 중 17.9%만이 언론사비를 납부해 연세춘추의 예산은 전년대비 30%로 대폭 줄었다. 연세대 학교당국이 예년수준으로 예산을 맞춰 줄 수 없다고 하는 가운데 연세춘추 주간교수 2명도 사퇴했다.

학교기타기관의 지위로 교비지원을 받아 온 고대신문사도 학교 당국의 지침으로 올해 예산의 10%가 삭감된다. 더불어, 함께 예산이 축소된 교내 각 부처의 신문광고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고대신문의 실질예산삭감은 그 이상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슬픈 건, 월요일에 발행된 고대신문이 금요일까지 배부대에 남아있는 부수가 지난해보다 줄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외부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이번 학기부터 고대신문의 인쇄부수를 일부 줄여서 발행했는데도 말이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지 못하는 우리의 문제를 자책하면서도 다른 배부대에 쌓인 매체들도 좀처럼 나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위로와 한계를 절감하기도 한다.

대학언론의 위기의 근원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독자의 감소에 있다. 지난 수 십년 간 학보는 기성언론이 국가의 탄압에 움츠릴 때도 꼿꼿이 고개를 들었다. 서슬 퍼런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학보가 기껏 재정압박에 존폐를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구성원의 지지가 무뎌졌기 때문이다. 학보 기자는 스스로, 학생사회는 물론 기성사회에 대한 건강한 비판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 그 비판의 펜은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잉크로 한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구성원의 지지로 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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