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칼턴 위긴스(Guy Carleton Wiggins) <월 스트리트 트리니티 교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29(금) 까지 한·미 수교 130주년 기념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연다. 그동안 국내에 인상주의가 소개된 적은 많았으나 인상주의의 본고장인 유럽 작가들의 작품이 대다수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개성을 중시하고 그들의 영토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작품에 녹여내는 ‘미국 스타일’ 인상주의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시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 주요 작품에 대한 해설과 함께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한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아카데미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들이 대다수였던 초기 미국 인상주의 작가들의 화풍에는 확고한 구성주의 성향이 많이 남아있었다. 전시 기획 큐레이터는 “당시 작가들은 미국 내 대도시의 모습을 사실주의적 표현 방식으로 옮겼다”고 말한다. 동시에 주변 풍광에 대한 표현은 흐릿하고 빛이 연출한 순간을 담아내는 등 고전적 인상주의적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전시 큐레이터는 “당시 미국은 열차가 발달하기 시작했던 시기여서, 작가들이 서부 쪽 경치 좋은 곳에 가서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말했다. 이는 점차 작가들이 함께 모여 작업과 생각을 공유하는 예술 공동체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 시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차일드 하삼(Childe Hassam)의 <이스트 햄튼의 올드 하우스>를 꼽을 수 있다. 차일드 하삼은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작가 중 한명으로 원숙한 인상주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전시 큐레이터는 “그는 이 작품에서 물감의 색을 팔레트에서 섞어 칠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물감의 색을 그대로 겹겹이 칠해 색이 섞여 보이게 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에드가 앨윈 페인(Edgar Alwin Payne) <캐니언 드 셰이>

반면 18세기 후반 자본의 거대 성장을 이룩한 대도시의 풍광을 담아낸 작가들도 있었다. 브룩클린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가이 칼턴 위긴스(Guy Carleton Wiggins)는 뉴욕에 거주하며 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려낸 대표적 작가이다. 특히 <월 스트리트 트리니티 교회>는 연한 브라운 색조와 흰색, 추운 겨울을 그리는 그의 화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시 큐레이터는 “유럽 인상주의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견고한 특징을 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엔 서부의 광활한 자연 풍광이 주 소재로 사용됐다. 뉴멕시코 타오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어네스트 마틴 헤닝스(Ernest Martin Hennings)의 <여름날 말 타는 2인>은 이 시기 대표적 작품이다. 전시 큐레이터는 “서부는 동부에 비해 광활한 자연이 존재했고 이는 작품에 컬러풀하고 밝은 이미지를 가져다주었다”고 말했다. 에드가 앨윈 페인(Edgar Alwin Payne)의 <캐니언 드 셰이>는 서부를 그린 가장 유명한 인상주의 작품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4개월을 캐니언 드 셰인에서 보냈다고 한다. 붉은 바위에 내리쬐는 햇빛의 극적인 효과를 잘 포착해낸 이 작품은 이후 서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어네스트 마틴 헤닝스(Ernest artin Hennings) <여름날 말 타는 2인>

주로 중산층의 호화로운 여가생활을 주제로 삼았던 유럽의 인상주의와 달리 미국의 인상주의는 비교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드워드 윌리드 레드필드(Edward Willis Redfield)의 <센터교 화재>는 독특한 인상주의 작품이다. 전시 큐레이터는 “인상주의는 주로 자연광에 의한 인상을 묘사하기 때문에 밤을 그린 작품이 드물다”며 “이 작품은 화재로 발생한 타들어가는 빛이 사람과 주변 사물에 비춰져 굉장히 사실주의적이면서도 색다른 인상주의를 표현해 당시 많은 화제가 됐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게릿 베네커(Gerrit A. Beneker)의 <맨하탄 다리 건설> 역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꼽힌다. 전시 큐레이터는 “20세기에 들어서 사실주의적 움직임이 굉장히 강해졌다”며 “이 작품은 역동적인 직선적 구조와 사실적 묘사를 통해 고단한 노동자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미국의 한 평론가는 이러한 인상주의의 움직임에 대해 “재투성이 쓰레기통에 있는 삶을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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