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시대적 상황에 발맞춰 때로는 진보하기도,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남북전쟁이 끝난 19세기 후반, 당시 미국 미술계는 유럽에서 전파된 ‘인상주의’를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역사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인상주의의 본고장인 프랑스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는 미국 인상주의를 살펴봤다.

인디언, 성조기 ‘아메리칸 스타일’
프랑스의 인상주의가 전통적인 특징을 가진다면 미국으로 넘어온 인상주의는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18세기 후반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난 뒤 시작된 상업적 팽창을 통해 국가적 부를 이룩한다. 이 때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미국인들이 영향을 받은 미술 사조가 바로 인상주의다. 눈에 포착된 인상을 중요시한 프랑스 인상주의와 달리 미국 인상주의는 대상을 해부학적 시각을 통해 구조적으로 묘사하는 특징을 가진다. 미국 동부의 도시, 서부의 농촌 풍경을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묘사하는 작품들은 이러한 구조주의적 성향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이 작품에 종종 ‘인디언’을 등장시키는 점도 미국 인상주의의 특징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인상주의 기획 큐레이터는 “조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표현하기 위한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체적인 그림의 톤과 위배되더라도 작품에서 ‘성조기’를 강조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전시 큐레이터는 “그들이 개척했던 새로운 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그림에서도 표현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문화에서는 언제나 혁신과 고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기봉(조형학부) 교수는 “지금은 매우 고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주의가 미국에서는 굉장히 혁신적인 화풍이었다”고 말했다. 고전주의적 화풍이 지배적이던 당시 미국 미술계에 등장했던 인상주의는 초기엔 평론가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인상주의는 혁신의 이미지로 여겨져 진보주의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전체적인 미술계의 사조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도 미국 인상주의가 자리 잡는 것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미술사의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인상주의는 주류로 평가받지 않는다. 이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미국 미술계의 정체성을 나타낸다고 보지 않는다”며 “하지만 유럽과 구별되는 그들 나름의 인상주의를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인상주의는 사실주의적 시각으로 그 당시 현실을 담아내는 진보적 시도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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