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한반도에 드리워진 불안감은 북한의 핵실험과 정전협상 파기선언으로 최고조를 향하고 있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과거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수준을 넘어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긴장돼 있다.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가 지녀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북한에 정통한 두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답을 모색해봤다.

북한 核무장과 대한민국의 未來

한반도 평화의 길
북한이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연일 대남무력도발 협박을 구사해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3월초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 및 키리졸브 훈련이 시행되고 있고, 북한도 이에 맞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어 자칫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었다. 일부 소셜네트웤서비스(SNS)를 통해 “전쟁 난다”는 괴담마저 젊은이들 사이에 유포되는 등 민심도 흉흉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모두가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견지해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전례 없는 대남 협박모드에는 3차 핵실험 이후 갖게 된 핵무장에 대한 자신감도 일조했다고 본다. 또한 대한민국과 한반도 주변 4국이 모두 권력교체기를 맞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를 틈타려는 책략도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제 소형화·경량화·다발화를 마무리함으로써 사실상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 안보정세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무기가 갖는 엄청난 폭발력으로 인해 어떤 재래식 첨단 무기도 핵 앞에선 무력화된다. 북한의 핵무장은 지난 수십 년 한반도 평화를 보장해 온 남북한 간 군사균형을 무너뜨리고 한국의 대북 군사 억지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UN결의에 입각한 대북제재로부터 미 전술핵무기 재도입, MD가입, 북한 체제변혁(regime change), 그리고 자체 핵무장론에 이르기까지 북핵 대응을 위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실현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북한 핵위협에 대한 방위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먼저 북한 정권이 핵을 개발하는 목적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 마디로, 일부에서 거론돼 온 ‘더 많은 경제지원을 획득하기 위한 협상카드용’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들의 체제안보 목적과 함께 더 나아가 한반도 군사패권을 장악하고 대남 군사우위를 점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북한은 핵을 미끼로 미국과의 단독 평화협정을 성사시켜 한미동맹을 붕괴시키고 종국적으로 한반도를 적화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주변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중국의 대북전략 변화다. 종래의 ‘순망치한·완충지대’ 개념에 입각해 일관되게 북한을 옹호하던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 북한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북한 핵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야기할 수 있음을 중국 언론이 지적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아베 신정권은 헌법을 개정해 해외 군사개입 근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독도 문제로 일본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선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핵을 빌미로 한 일본의 핵무장 의도도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대한민국에 ‘최악의 대외안보 환경’이 도래할 것을 우려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국가적·민족적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먼저 국민 안보의식을 함양하고 일치단결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한민족 전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고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청년 대학생들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한반도 유일 합법성에 기초한 올바른 국가관·역사관·세계관·통일관을 함양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반도 주변 환경은 그 지정학적 특수성이 말해주듯 그리 녹록치 않다. 세계 최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고, 남북이 분단되어 북한의 끊임없는 무력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한반도에 영토적 야심이 없고 자유민주주의 인권국가인 미국과의 한미동맹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2차대전 후 해방과 분단의 혼란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세웠으며, 6.25전란을 겪으면서도 세계 12~13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발전했다. 우리의 역사를 자부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오늘의 혼란과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한다면, 머지않아 대망의 선진통일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지혜와 역량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한반도 평화의 길
김근식(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어린 중학생들도 전쟁을 실제 걱정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연일 전면전과 돌격명령의 상호 위협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더 위험한 것은 남과 북의 군이 앞장서서 강경함과 단호함을 에스컬레이트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북한은 이제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대상을 공격해도 무방하다는 논리적 정당성을 확보했고 도발원점뿐 아니라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는 우리 군의 결연함은 북한 지도부까지 제거하겠다는 확전불사의 의지를 과시했다. 군과 군이 맞서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마치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 같은 형국이다. 바짝 당겨진 고무줄이 끊어지는 순간 통제 불능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이미 말로는 전면전 상황이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의도되지 않은 돌발 상황이 갑작스레 불을 붙이는 경우이다. 최고지도자와 상부의 준비된 기획이 아니더라도 아래 단위에서의 비자발적인 충돌도 지금 상황에선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 어선의 NLL 월선과 남측의 경고사격만으로도 지금은 남북 모두 전면전을 불사해야 한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사소한 총격전도 곧바로 전면적 교전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하부단위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사소한 충돌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만약 북이 남측 영토와 인명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한반도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대남 도발은 지금 시기 남측으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고 즉각 보복과 응징에 나서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군은 연평도 포격 당시 미흡한 대응이라는 씁쓸한 기억 때문에라도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단호한 응전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 전면전 불사를 의미한다. 최고조의 긴장 국면에서 대남 도발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북이 꼭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의 긴장국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목표를 분명히 재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유엔 안보리를 통과한 2094호가 과거보다 강화된 제재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것으로 북이 완전굴복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나오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북제재는 약속을 어긴 북한에게 책임을 묻고 결국은 북이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이 태도를 바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함이 목적인 것이다. 결의안에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도 그 이유다. 제재를 위한 제재는 지금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제사회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때일수록 남북관계의 끈을 유지해야 한다. 북의 도발 위협에 대한 단호한 안보 의지를 천명하는 것과 함께 남북간 핫라인과 대북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쟁 중에도 대화가 필요함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언급한 바 있다.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에서 남북의 물밑 채널은 상대방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관계 전면파탄과 대화중단은 한반도를 상시적 긴장고조 상황으로 악화시켰다. 남북관계가 사라진 한반도는 공개적 상호 비난과 전쟁불사 발언만이 오고갔다. 지금도 남북은 최고지도자가 전쟁 의지를 강조하고 군은 전면전 불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도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작동되면 긴장의 정도는 훨씬 완화될 수 있다.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 그 시각에 동해에서 금강산 관광객이 오고가면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그만큼 줄어든다. 남북관계야말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황악화를 막을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제재와 대결 국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포기되거나 미뤄져서는 안된다. 육군 참모총장 출신의 별들만으로 안보대책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시기 한국 정부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려운 국면일수록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최우선의 원칙이다. 감정과 분노만으로 전쟁불사를 내뱉는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억제와 안보는 호들갑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전쟁은 그 자체로 공멸이고 재앙이다. 아무리 값비싼 평화라도 가장 값싼 전쟁보다 낫다.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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