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촌로에는 무궁화를 비롯해 남천, 둥근소나무, 산철쭉 등이 식재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해 많은 수목들이 고사한 상태다. 인촌로는 보문동 사거리에서 고대앞 사거리에 이르는 길로 본교생의 이동이 잦은 곳이다. 1993년에는 본교 원예과학과 설립 3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인촌로에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기도 했다.

심우경(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현재 인촌로의 수목구성은 대학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후와 환경에 맞지 않는 나무를 심어 전면적인 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무궁화와 같이 서울의 기후에도 맞고 학풍에도 어울리는 나무가 있는데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은 나무를 심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매연에 약한 둥근 소나무의 가지가 고사하고 있다.

서울 추위 못 견디는 남천
인촌로에 식재된 남천은 본래 온대남부수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겨울 평균 기온이 높은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온난화로 서울의 겨울 평균 기온이 상승하자 서울에서도 남부지방의 수종을 가로수로 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심 교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식물도 생물이기 때문에 성장에 적합한 환경이 있다”며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많은데 고사 위험성이 있는 남천을 심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성북구청 공원녹지과 이리경 직원은 “작년, 재작년에는 영하 15도 이하의 기온이 계속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겨울이 그리 춥지않아 남천을 심었다”며 “중부지방이라고 중부지방 나무만 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파에 약한 수종의 경우 겨울에 나무에 볏짚을 싸주는 등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해와 염분에 약한 둥근소나무
인촌로는 본교 안암병원, 성북구청 등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구간이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은 편이다. 인촌로에 심은 둥근소나무는 배수가 양호한 양지에서 기르는 것이 적합한 수종으로 공해에는 약해 대로변의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 또한 심 교수는 “지난 겨울 염화칼슘을 뿌린 눈을 도로 바깥으로 밀어내며 염분에 약한 둥근소나무에 스트레스가 가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리경 직원은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왔고 또 가물어 서울시 전체적으로 가로수가 많이 고사했다”며 “3월 중순에서 4월 말에 보식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와 어울리는 조경은
학교를 둘러싼 조경은 학교의 전통과 학풍을 나타낸다. 하지만 본교의 조경은 장기적인 원칙 없이 총장과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했다. 심 교수는 “인촌로의 조경은 일본식도, 한국식도 아닌 형태로 띄엄띄엄 박힌 돌은 제 역할이 불분명하고 이것저것 많은 나무를 심어놓아 번잡하다”고 말했다. 또한 심 교수는 “조금만 조경에 투자하면 학생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데 보도블록부터 수목까지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라며 “교내외 조경의 역할은 미적측면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단순히 나무만 줄 맞춰 심는 것을 넘어 조경의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하고, 학생들이 식물친화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다면 여유가 부족한 사회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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