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열린 '허니책방'에서 샌디스트 김하준 씨가 샌드 애니메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릴레이 강연회 ‘허니책방(허심탄회한 니들의 이야기)’의 첫 페이지가 14일 4‧18기념관에서 펼쳐졌다. 이번 강연회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샌디스트 김하준 씨가 강연자로 나서 대학생의 꿈에 대한 이야기와 샌드애니메이션 공연을 펼쳤다. 안암총학생회(회장=황순영)가 기획한 허니책방은 강연자가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참여하고 참석하는 학생은 국제난민예술캠프를 후원하는 헌책을 기부할 수 있다. 이번 강연엔 60여 명이 참석해 30권의 책이 모였다.

김 씨는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원하고 잘하는 것에 꾸준히 매진하길 바랐다. 그 역시 지금은 2011년 G20 정상회담에서 공연할 정도로 유명하지만 샌디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한 그는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미술공부를 접어야 했다.

김 씨를 다시 그림으로 이끈 것은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편의점에서의 한 사건이다. 김 씨에게 한 취객이 던진 “넌 뭐하는 놈이야”라는 말은 단순한 주정이었지만 방황하고 있던 김 씨에게 크게 다가왔다. 하고 싶은 미술을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한 지 6개월 만에 그는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에 합격했다.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3개월 동안 틀어박혀 그림 11300장 정도를 그린 적도 있어요”

대학에 입학했지만 여건이 나아지진 않았다. 계속되는 생활고에 다시 그림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그때 김 씨는 우연히 공사장에 쌓인 모래를 보았다. “빗물에 씻겨 쓰이지도 못한 채 떠내려가는 모래가 꼭 제 자신을 닮았다고 생각했죠” 샌드애니메이션과 김 씨의 첫만남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낯선 분야인 샌드애니메이션에 대해 주변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 ‘왜 모래로 그림을 그리냐’는 사람들의 핀잔에도 그는 꿋꿋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 현재에 이르렀다. 김 씨는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일반적인 그림은 하얀 지면을 색깔로 채웁니다. 하지만 샌드애니메이션은 어두운 화면에서 밝은 부분을 보죠. 젊은 대학생 여러분들도 세상을 밝게 보기를 바랍니다”

이날 샌드애니메이션 공연은 두 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 공연에서 김 씨는 보잘것없던 미운 오리 새끼가 어느 순간 화려한 백조가 되어 나는 동물 샌드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화이트데이를 맞은 연인들을 위해 연인의 사랑을 표현했다.

앞으로 허니책방은 매주 목요일 오후 5시 4.18기념관 지하 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두 번째 연사는 영화 <실미도>와 <국화꽃 향기>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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