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점은 거기까지다. 어느 해와 마찬가지로 대학의 교육환경이라는 대명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고려대학교 사고와 표현 vs 메가스터디 인터넷 강의, 어느 것이 더 이득이 되었습니까?’라는 안암총학의 대자보는 철학의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학의 교육을 사설학원업체의 그것과 등가(等價)비교하는 총학생회에게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암총학이 내건 13개 요구안은 그동안 학생사회가 축척해 온 하나같이 시급한 현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기만 할 뿐 진척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공허한 외침들은 ‘개나리 투쟁’이라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학교 측과 장기적으로 협상해야 할 안건과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안건들을 구분할 여유가 필요하다.
교육은 쌍방향이다. ‘교육환경’에는 학생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권리뿐만 아니라 교수자가 학생에게 교육서비스를 제대로 전달할 권리도 포함돼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지각하지 않기, 활발한 강의실토론문화 만들기, 강의 중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기 등 조금의 노력만으로 교육환경은 개선될 수 있다. 이번 총학생회의 ‘진짜 다른’ 교육환경개선운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