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도올 김용옥씨가 얼마 전 기자 생활을 그만뒀다.
김용옥씨가 9개월 동안
기자로 활약했던 신문은 김씨에게 며칠에 한번씩 한 면을 다 내어주는 파격을 선보여 ‘도올일보’라고까지 불렸었다.
김씨의 거침없는
글들은 때론 논란을 일으켰지만, 세인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씨가 사직의 변에서 “제가 사직한다고 저 때문에 신청한 구독을
반환하는 그런 야박한 짓일랑 하지 마세요” 자신감까지 내비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해체와 혼돈 속에서 새 담론
생산할 수 있을까?”란 글을 마지막으로 갑작스레 펜대를 놓았다. 그는 마지막 칼럼에서 평소 그답지 않게 자신의 글을 “쓸데없는 넋두리”라고까지
폄하하면서, “결국 이 시대의 한 지성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은 침묵”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 사회를 “지향점없이
근원적인 스트럭쳐가 붕괴되고 해체되어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이런 상황에서 “언설의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도올의 말이
전부 수긍가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많은 이들이 필설이든 언설이든 ‘대화의 부재’, ‘소통의 무기력함’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다. 이 말은 ‘말만하지 말고 행동하라’, ‘말에 앞서 실천하라’라는 긍정적인 얘기로 해석될 때가 많은데,
요즘은 외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소리와 가깝게 들린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옛말을 그 어느
때보다도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게 요즘 세태다.
말은 많은데 쓸 말이 없고, (아니, 어쩌면 말이 많아서 쓸 말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글쓰기는 다양한 의견의 표출과 수렴이라는 장점과 함께 주로 네 편, 내 편을 가리는데 쓰임으로써 편가름과 상호불신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됐다.
담론의 생산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현실도 담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한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다른 사태가 잇따라 터져 나와 정신을 못 차리는 상황에서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언제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자의식 강한 도올은 좀 허망했을 지도 모르겠다. 명색이 도올인데, 신문 한 면씩 팔 아프게 써가며 떠들어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나아지는 것도
없고...
도올이 이 달부터 다시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단에 선다고 한다. 방송 강사로 한의사로, 신문 기자로 이리 저리
외도를 하던 그가 다시 5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것인데...
신문에 대대적으로 칼럼 쓰는 것보다는 미래의 주역들에게 강의나 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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