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9월부터 시행되는 BK21-WCU 후속사업을 발표했다. 2월에 종료된 BK21 2단계 사업과 8월에 종료되는 WCU사업을 잇는 사업인 셈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총 7년간 이뤄지는 BK21-WCU 후속사업엔 총 3조 314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유형은 △Ⅰ 유형 : 대학원 연구 경쟁력 강화 (예산 비중 : 15%), △Ⅱ 유형 : 대학원생 연구장학급 지원(예산 비중 : 80%), △Ⅲ 유형 : 특성화된 대학원 교육선도모델 지원(예산 비중 : 2%)으로 나눠진다. 사업단 선발은 2년에 걸쳐 진행되며 1차년도에 60%, 2차년도에 40%를 선정한다. Ⅰ·Ⅲ유형은 2013학년도 2학기부터 지원하며 BK21사업의 일환인 Ⅱ유형 또한 2학기에 시작된다. 다만 BK21 사업이 3월에 끝나는 점을 감안해 사업시작이전 6개월의 연구장학금을 소급적용하여 지원금을 추가 지급한다.

BK21-WCU 후속 사업 공청회장에는 전국에서 온 2000여명의 교수들이 가득해 대학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후속사업에서는 이전 사업과 비교해 지역대학 지원 비중을 늘린다. BK21과 WCU 전체 예산 중 24%가 지역대학(주석: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 일반적으로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과대학교, 광주과학기술대학원, 울산과학기술대학원 등을 제외한다)에 투자됐던 것과는 달리 후속사업에서는 전체 사업비의 최소 30% 이상, 전체 사업단(팀) 수의 최소 40% 이상을 하한선으로 지정하고 지역대학에 투자할 계획이다. 신청은 사업단을 단위로 이뤄지는데 사업단에 참여하는 소속 학과(부) 교수 비율이 70% 이상 돼야한다. 선정이후의 평가는 질적 평가 방식을 확대해 SCI논문 이외에 학문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영향지수(주석:해당연도를 제외한 최근 2년간 학술지 수록, 논문의 평균피인용 횟수) 및 다양한 지표를 활용한다. 지역대학의 경우 지역발전의 목표에 걸맞게 지역중점산업과의 연계성 등을 평가에 반영하게 된다. 사업단 관리는 연차평가와 중간평가로 이뤄진다. 연차평가는 사업단의 발전방향에 대한 컨설팅이 주가 되는 반면 중간평가는 사업 3년차, 5년차에 시행해 하위 10%내외의 사업단을 탈락시킨다. 후속사업은 5월 말에서 6월말까지 사업단 선정평가를 거쳐 7월에 사업단이 최종 선정된다.

달라진 BK21-WCU 후속사업에 대한 대학의 반응은 어떨까. 22일,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언급된 주요 쟁점사항을 짚어봤다.

순차 선발 방식에 반발
국회에서 예산을 처리할 당시 WCU-BK21 후속사업은 1차년도에 60%, 2차년도에 40%를 선발하는 조건으로 승인됐다. 이성환 본교 WCU뇌공학연구사업단장은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했을 때 1차 선발된 사업단은 3년간의 결과로 중간평가를 받고 2차 선발된 사업단은 2년간의 결과를 중간평가를 받는다”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김상식 본교 산학협력단장은 “예산문제로 사업단을 년도 별로 나눠서 선정하는 것이라면 Ⅱ유형에 지급되는 3월부터 8월분의 지원금을 예산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교과부 대학지원과 홍민식 과장은 “정부와의 예산조정을 통해 최선을 다해 350개의 사업단을 확보했다”며 “한 번에  100%를 모두 선발하자는 의견이 대학의 전체의견인지 알아보는 게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Ⅱ유형의 소급적용 문제
교과부는 대학원생의 연구장학금을 지원하는 Ⅱ유형이 2012년 2월로 종료된 BK21과 맥을 같이한다는 것을 근거로 Ⅱ유형에 대해 소급적용해 그 이전의 3월부터 8월까지의 연구비까지 지급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원칙적으로 불가한 재정의 소급적용에 어떤 합당한 법적근거가 없다면 해서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김상식 단장은 “Ⅱ유형 선발 발표가 나기 전 3월에서 7월 사이에 국가 R&D사업 등의 다른 장학금 대체 수단을 통해 지원을 받을 경우 Ⅱ유형에 선발된 대학원생이 정작 연구장학금을 수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교과부 대학지원과 안주란 사무관은 “소급적용에 대해서는 BK21 2단계에서도 많은 요구가 나온 문제이고 이는 철저히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상식 단장은 “공청회에서 소급적용에 반대하고 사업단 선발을 증가시키는데 여론이 형성된 만큼 이는 추후 사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사업 실무자들이 공청회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연구재단 유정기 인재양성실장, 교과부 대학지원과 홍민석 과장, 최해천 서울대 교수, 교과부 대학지원과 안주란 사무관.
복잡한 융·복합분야
WCU-BK21 후속사업은 융·복합분야 지원을 확대할 것을 개선방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학문분야 구분이나 사업평가에 있어 그 기준이 모호해 교수들과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한 교수는 신청분야에 대해 “다른 과와 연계하지 않고도 구성자체가 융·복합일 때 인문사회인지 융·복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WCU-BK21 사업 계획에 참여한 최해천(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융·복합 사업단의 경우는 평가지표에 기초, 응용, 인문사회가 있는데 사업단이 생각하기에 알맞은 곳에 지원하면 된다”고 답했지만 충분하지 못한 설명에 또 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한 참가자는 “만약 문과와 이과의 교수가 사실 팀 특성은 인문사회에 더 맞는데 과학기술분야로 지원을 하면 인문사회특성은 평가가 안 되는가”를 물었다. 최해천 교수는 “융·복합이라도 어느 한 분야로만 평가가 되지 그 안의 여러 분야를 각각의 지표로 평가하고 다시 점수를 합치는 것은 행정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교과부는 선정편성위원회를 구성해 사업단이 그 특성에 맞지 않는 분야로 지원했을 경우 평가점수를 깎아 사업단 스스로가 분야 설정을 제대로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현재 마련된 융·복합의 구분기준이나 평가기준이 미흡하고 또 분야의 특성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세희(여·26세) 씨는 “융·복합지원의 50%는 이해가 됐지만 나머지 50%에 대한 설명이 다소 명확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인문계열에 대한 홀대
인문사회계에 대한 홀대도 지적됐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성균관대의 경우 대학원생의 60%가 인문사회계인데 세부 지원분야별 사업단 지원상한액을 보면 인문사회분야와 과학기술분야의 합계 차이가  3~4배 난다”며 후속사업의 지원방침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홍민식 과장은 BK21 2단계부터 인문계열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이 나왔다”며 “인문사회계열의 교수들을 지원하는 SSK등의 사업이 추가적으로 마련돼 있으므로 지금의 수준이 적정하다”고 답변했다. 국가지원에 있어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의 차이는 BK21 2단계에서부터 지적돼 왔다. BK21 2단계에서는 자연계열 대 인문사회계열의 지원 비율이 85:15였다.

상대적으로 인문사회계 내에서 경쟁력을 갖는 본교는 성균관대와 마찬가지로 난처한 입장이다. BK21 고려대학교 번역비평가 양성사업팀의 팀장을 지낸 이영훈(문과대 불어불문학과)교수는 “인문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나 지원이 많이 줄어들다보니까 대학원 진학도 떨어지고 대학원에 오더라도 연구자로서의 인생을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인문학을 이을 후속세대들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의 한국연구재단 관계자, 대학의 행정 관계자, WCU나 그 후속사업을 전담하는 교수들을 통해 인문계의 지원 비중을 늘리는 것을 건의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과 지역 대학의 입장차이
이날 공청회에 참여한 대부분의 지방대학교수 및 관계자들은 지역대학을 배려해주고 사업지원을 늘릴 것을 호소했다. 울산대의 한 교수는 더 많은 지방대학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단에 참여 소속 학과 교수 비율이 70% 이상이 아니라 50%이상만으로도 신청 가능하도록 조건을 완화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외의 수도권 대학들의 고충도 나타났다. 인천대의 한 교수는 “수도권에 속하지만 별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근접해 있기에 우수한 학생들을 더 많이 빼앗긴다”며 “대학위치에 따라 수도권과 지역을 분리해 따로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홍민식 과장은 “인천과 경기를 지역대학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서울소재대학들은 후속사업에서 지역대학 지원 비중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경제학부의 한 교수는 수도권 대학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것에 대해 “경쟁과 평등 중 평등에 너무 치우쳐진 것이 아니냐”며 “이는 지나친 나눠먹기식의 사업진행으로 인재육성사업의 취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수도권대학과 지역대학의 갈등은 BK21에서도 지적돼 왔으나 후속사업에서도 문제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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