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예술적 요소가 포함된 스포츠에는 아름다운 의상이 함께 한다. 음악과 안무를 빛내주는 의상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종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여성 경기에서 두드러지는 아름다운 의상의 특징을 4종목 △피겨스케이팅 △리듬 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기계 체조에서 찾아 봤다.



오색 장신구의 각기 다른 매력
피겨스케이팅 의상 제작엔 비즈와 스팽글(얇고 반짝거리는 작은 조각), 스티커나 접착제로 붙이는 보석 조각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반면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주로 스팽글 장식이 사용되는 편이다. 부력을 잘 받지 않는 보석을 많이 붙일 경우 선수에게 무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수옥(남서울대 운동건강학과) 교수는 “보석장식을 달면 스팽글에 비해 빛이 깊고 아름답지만 선수가 떠오를 때 근력운동을 하는 듯한 부담감을 준다”고 말했다. 리듬체조는 손톱 크기 정도의 보석을 달기도 하지만 너무 크면 곤란하다. 구를 때 바닥에 의해 보석이 신체를 눌러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다른 치마 길이
경기 중 입는 선수복의 치마 길이는 피겨스케이팅 의상이 가장 긴 편이다. 엉덩이를 거의 다 덮는 피겨스케이팅과 달리 리듬체조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다.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황숙현 씨는 “경기 중 수구(手具)를 쓰고 많이 구르기 때문에 기구가 치맛자락에 닿으면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과 기계체조는 치마가 아예 없다. 이 교수는 “수중쇼를 할 때 레이스나 치마를 달기도 하지만 시합 때는 방해가 돼 달지 않는다”며 “치마를 만들고 스팽글 등 장식을 달면 동료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매에서 느껴지는 종목의 특색
리듬체조와 피겨스케이팅 의상에서 민소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부색의 천으로 감싼 경우가 많다. 장식을 달기 위해서다. 리듬체조는 수구를 사용하는 종목의 특성상 손을 강조하기 위해 손목 부분에 장식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황 씨는 “리본을 휘두르다가 맨살에 닿으면 엉킬 수 있어서 팔을 덮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피부색의 천은 심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도 쓰인다. 소매가 없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도 디자인을 위해 피부톤의 옷감을 이용한다. 경기장 안 온도가 낮은 피겨스케이팅은 긴 소매가 보온 효과도 가져다준다. 피겨스케이팅 의상 디자이너 안규미 씨는 “긴 소매로 의상을 제작해주면 선수들이 따뜻하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의상을 만드는 사람들
무용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종목의 특성상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선수 각각의 개성을 모두 맞춰주기 어렵다. 따라서 선수들은 의상을 개별적으로 맞춰야 한다. 국가대표가 아니라면 전문 의상실에 의뢰해 맞춤으로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의 전문 의상실이 워낙 적고 가격이 비싸 선수의 어머니가 의상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연기할 프로그램이 구성되면 코치와 선수, 선수 어머니가 상의를 해 디자인을 구상한다. 황숙현 씨는 “선수 어머니가 외국 선수들의 의상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참고해서 장식물을 직접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리본에는 의상 색에 맞춰 시트지를 오려 붙이고 곤봉 색을 직접 입히기도 한다. 기계체조의 경우 축구·농구 등의 일반 종목처럼 전문 스포츠 브랜드에게 의상 제작을 의뢰한다. 대한체조협회 황지훈 과장은 “남여 기계체조 선수들은 선수 옷을 비롯해 트레이닝 복, 가방까지 한 브랜드 제품을 일괄 구매한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디자인
시대에 따라 선수 의상의 디자인도 변화한다. 안 디자이너는 “20년 전 쯤엔 국내 피겨 선수들이 의상을 의뢰할 때 발레복 제작하는 곳에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때의 피겨 의상은 발레복을 많이 닮아 있었다”라고 말했다. 리듬체조와 기계체조 역시 디자인이 화려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리듬체조 선수였던 비앙카 파노바(불가리아) 선수의 의상엔 단순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게 달려있는 장식물들이 지금과 대조적이다. 서울 올림픽 기계체조 부문 메달리스트 슈슈노바(구 소련)와 실리바스(루마니아) 선수 모두 지금과는 대조적인 수수한 경기 의상을 입었다. 반면 2012 런던 올림픽 여자체조부문 금메달리스트 더글라스(미국) 선수를 비롯해 많은 여선수들은 광택이 나며 강렬한 색의 의상을 입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대해 황 과장은 “허용되는 범위에 한해서 개인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을 넘는 의상 디자인
디자인의 변화는 국경을 넘기도 한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서양 선수들이 ‘김연아 스타일’을 따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안 디자이너는 “밝은 형광색의 튀는 디자인을 많이 선호해 왔었는데 단순하고 우아한 멋이 있는 동양적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의상 스타일은 에스파냐로 유행을 전파하기도 했다. 캐나다와 에스파냐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의상에서 주제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이 교수는 “캐나다가 스토리텔링적 안무를 가장 먼저 시도했는데 에스파냐가 캐나다 대표팀 코치들을 영입하면서 에스파냐의 스타일로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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