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권
공과대 교수 전기전자전파공학부
디스플레이 기술은 중요하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우리의 교우인 김연아 선수가 세계 정상이듯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일등이다. 예를 들어 지난 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발표한 세계 주요 상품 50개 품목 중 한국은 총 8개 품목에서 1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서 액정디스플레이,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소위 3대 주요 디스플레이 기술 모두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이고, 스마트폰과 평면 TV도 디스플레이 관련 품목임을 고려할 때 8개 품목 중 5개가 디스플레이 제품군들이다.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50%로 지구 어디를 가든지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제품들에서 두 대중 한 대는 메이드 인 코리아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한 한 우리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닌 선두에서 이끄는 자(First Mover)인 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는 크기와 해상도의 경쟁이었다. 기업은 가능한 큰 화면 위에 보다 섬세한 영상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였고, 사용자들은 기술의 발전과 가격의 하락에 경탄하며 새로운 제품을 서둘러 구매하였다. 현 시점에서 디스플레이는 화면 크기와 해상도에서는 나아갈 길을 잃고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더 크게, 더 정교한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를 보는 환경, 예를 들면 거실의 크기나 사람의 눈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만족도가 포화되고 있다. 즉, 크기와 해상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기술 로드맵에 혼돈이 온 것이다. 선도자인 한국이 방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추격자인 대만, 일본, 중국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아울러, 기술이 절정에 이르면서 이제는 기업이 뿌린 씨앗(Seed)보다는 사용자들의 욕구(Need)가 새로운 시장을 열 움직임이다. 사용자들에게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찾아가서 보는 장치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보고 대화하는 수단이다. 영상을 내보내는 출력장치에서 신호를 집어넣는 입력장치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하루에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열 시간이 넘도록 디스플레이와 교류하고 있다. 물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용자들은 모양(Form Factor)과 성능(Performance)면에서 더욱 편리하고 우수한 화면을 요구한다. 더욱 얇고 가볍고 튼튼한 디스플레이, 바젤(빛이 나오지 않는 가장자리)이 없는 디스플레이, 휘어지고 투명한 디스플레이, 현실감 있는 3차원 디스플레이 등등, 길을 잃은 선도자는 사용자의 욕구로부터 추격자와 거리를 벌릴 기회를 찾으려 한다.

이제 우리는 미래의 디스플레이를 예측해볼 수 있다.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영화에서 상상된 디스플레이를 현실화 시키는 데는 십 년 이상이 걸렸지만, 지금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래의 디스플레이를 상상해 보자.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는 유리 기판 위에 만들어진다. 유리 대신에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한다면 휘어진 디스플레이, 변형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둘둘 말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펼쳐보는 디스플레이도 나올 듯하다. 투명한 디스플레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마트 윈도우가 한층 발달하여 창이 되고 TV가 되는 디스플레이, 여기에다가 태양 전지까지 설치하여 번거로운 전선까지 없애버린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투명한 스마트폰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것이다. 물론 폰이 완전히 투명하다면 잠에서 깬 후에 폰을 찾느라 고생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이 휠 수 있고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완성되려면, 제조 공정은 플라스틱이 손상을 입지 않는 온도인 섭씨 150도 이하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화면뿐만 아니라 트랜지스터와 같은 회로들도 모두 투명하여야 한다.
 
3차원 디스플레이가 조금 더 발달한다면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한 장면처럼 허공 위에 떠있는 생동감 있는 영상도 가능하다. 만약 통화를 할 때 멀리 있는 ‘그’ 혹은 ‘그녀’가 곁에 가상현실로 나타난다면 그리움은 줄어들까, 커질까? 아울러 지금의 터치 센서 기능은 더욱 다양해져 무한 터치 개념으로 발전해 열 손가락 모두를 사용하여 화면 위의 피아노 건반을 연주하고, 영상들을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것도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를 높이는 이유가 될 것이다. 디스플레이 내에 센서 몇 종류를 더 접목시킨다면 주위의 빛의 세기를 감지하여 그 환경에서 가장 선명한 밝기를 내는 것은 물론, 화면의 밝기를 적절히 조절하여 전력 소모를 줄이고, 우리 눈의 움직임에 영상이 매칭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손톱만한 프로젝션 디스플레이가 스마트 폰에 내장되어야 하고, 작지만 더욱 강한 빛을 내는 광원, 마이크론 수준에서 서로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인 기능을 갖는 센서 어래이 등의 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양’과 ‘성능’ 부슈와 함께 꼭 고려하여야 할 것이 ‘환경’이다. 우리의 눈과 자세에 무해한 디스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인체에 해가 되는 물질의 사용을 극소화하고, 소비 전력도 가능한 줄여 사용자의 건강과 생활, 그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디스플레이는 개발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꿈이 자유롭듯이, 어제의 상상이 오늘의 현실이 되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의 자유도도 꽤 커진 현실이다.

김연아 선수의 뒤를 이어 제2, 제3의 김연아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에서도 추격자들을 한층 더 멀리 떨쳐버릴 수 있는 미래의 디스플레이 연구자들이 우리 캠퍼스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주병권 공과대 교수‧전기전자전파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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