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동일한 집단에 있으면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교만 보더라도 인문계와 이공계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는 같은 학과 내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이에 ‘분과의 경계를 넘어 학문간 소통을 해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교내 연구단체가 학문소통연구회(회장=최용철 교수, 소통연)다. 계급, 성별 등의 거창한 주제보다는 교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학문으로 소통한다. 소통연 활동은 발표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발표와 토론을 맡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관련분야에 관심 있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 학문소통연구회장 최용철 교수

- 창립 6년차를 맞았다. 그동안 발전된 점이 있다면
“4년 전부터 심도 깊은 학문간 소통을 위해 연간주제를 설정했다. 2010년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학제간 연구’를 주제로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유방암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한 의과대 교수는 ‘여성에서 유방을 떼어내면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라는 독특한 발제를 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암치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인문학 전공 교수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다뤘고, 심리학자는 ‘선함이 어떤 작용이냐’는 것에 대해 탐구했다.
2011년에는 ‘자연과의 소통’, 2012년에는 ‘삶의 질’에 대한 학제간 연구를 진행했다. 자연과학의 발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이 주제에서는 자연과학의 발달이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다고 굳게 믿고 있던 교수들이 인문학자들의 반격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더불어 교수들을 적극적으로 연사로 초청해 소통연의 활동영역이 설립초기에 비해 넓어졌다. 그동안 200명 이상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한번 참여한 교수들은 학문 소통의 순수한 즐거움을 알고 분과학문의 경계를 낮추는데 일조하고 있다”

- 학제 간 연구 및 소통의 의의는 무엇인가
“소통은 새로운 생각을 창출하는 밑거름이 된다. 다른 성별의 사람이 만나야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듯 두 학문이 융합되기 직전의 단계가 소통이다. 각 분야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소통에서 한 단계 나아가면 융합으로 발전한다. 소통은 다양한 발상을 융합해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에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소통은 학문간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소통연 워크숍에서는 토론 그룹에 인문계 교수와 이공계 교수를 꼭 함께 포함시켜 교수들도 ‘무식한’ 소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물리학에서 질량의 법칙을 이야기하면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인문학 전공 교수는 ‘내 입장에서는 엉터리로 들린다’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같은 분과 전공 내에서 이야기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서로 교류하며 일깨우기에, 분과학문 체제에서 높아진 학문간 경계를 없앨 수 있다”

- 최근 학제간 연구의 동향은
“앞으로 학제간 연구의 향방은 문화가 쥐고 있다고 본다. 대통령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문화의 융성’을 꼽지 않았나. 소통연도 2013년 연간주제로 문화를 선정했다. 우리가 아무리 자연을 좋아하더라도 아마존 한가운데에 뚝 떨어뜨려 놓으면 살지 못한다. 집이 있어야 하고 길이 있어야 한다. 인문과 어우러진 자연. 그게 문화다. 문화 끌어가는 것은 결국 삶의 질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소통을 통해 어떻게 문화를 발전시킬 것인가를 새로운 과제로 삼고 있다”

- 소통연의 활동이 다른 학회와 비교해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여러 학회가 모인 효과’가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회 활동은 개별학문에서 이미 발전이 된 내용을 인접학문에게 전해주는 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문의 얘기를 들을 때 쉽게 생각지 못한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헬리콥터를 타며 전체적 풍광을 조명해야 길을 어떻게 낼 지 아는 것처럼, 소통연은 총괄하는 시야를 학자들에게 제공하는 ‘소통의 경기장’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통상적으로 학회가 갖는 배타성이 없기에 각자의 학문적 배경을 상호 존중하는 점 또한 특별하다”

- 연구회 활동 중 ‘학제 간 공동 강의 개발’은 현재 얼마나 진행됐나
“학제 간 공동 강의는 이르면 2014년 1학기 핵심교양으로 선보일 것 같다. 이 수업은 팀티칭처럼 여러 강사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자연계열 교수와 인문계열 교수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연계 교수가 “화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면 가령 인문계 교수는 “조선시대 정전의 정문 이름 가운데에 ‘화(化)’자가 들어가는 것처럼, ‘화’는 임금이 백성을 교화시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학문이 바로 화학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각 차시마다 주제를 정해 토론하며 서로 다른 학문이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보여준다면 강의로써의 충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 소통연의 향후계획과 전망은
“소통연과 비슷한 성격의 교내외 단체들과 교류하고, 다른 학교의 교수도 연사로 초청해 활동의 폭을 넓혀갈 계획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이 알도록 하는 것’의 가치를 교내외에 전파하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다.
더불어 학교 전체의 화합을 돕는 단체가 되길 바란다. 이공계와 인문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학교 내의 여론이 갈라졌을 때 소통의 창구가 되는, 교내의 ‘핫라인’ 단체가 되고 싶다. 앞으로 참여 교수 및 단체와의 협력으로 인적자원을 널리 확보해 소통을 활성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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