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인디 밴드 ‘장기하와얼굴들’이 일명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들이 내놓은 신곡‘좋다 말았네’의 음원을 구매자가 직접 원하는 금액을 정해 구매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그들은 고질적으로 등장했던 한국 음원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음원 제공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자는 취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지만, 이미 2007년 세계적인 영국 락 밴드 ‘라디오헤드’가 새 앨범을 발매하면서 똑같은 방식의 프로젝트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음반업계에서는 ‘미친 짓’이라며 아무리 대단한 ‘라디오헤드’여도 완전히 실패할 것이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하지만 마치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중은 새로운 시도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였고, 이 방식을 통해 판매된 그들의 새 앨범 수익은 두 달간 7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아 보이는 일이 때로는 가장‘말이 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호숫가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점점 퍼지듯, 작은 시도가 거대한 전체 구조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라디오헤드의 파격적인 시도 이후 자신의 음원을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는 가수들이 점차 늘어났다.

최근 주변에서 다들 뜯어말리는 공부를 시작했다.사실, 얼핏 봐도 당장 내게 큰 도움이 되는 공부는 아니다. ‘현실적인 스펙 쌓기’를 해도 시간이 모자랄판에 괜한 짓을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라디오헤드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하가 시도한 것처럼 나도 내게 있어 작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것이다.

장기하의 신곡을 들었다. 원하는 금액을 입력하고 음원을 구매했다. 내게도 뭔가 의미가 될 거라는 왠지 모를 기대를 하면서. 장기하는 ‘망해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해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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