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나라 평공 휘하에 기황양이라는 대부가 있었다. 한번은 군대에서 유능한 지휘관이 필요해 평공이 기황양에게 물었다. “그대가 보기에 누가 군대의 지휘를 맡아야 할 것 같소”. 이에 기황양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기오가 적임자입니다”. 평공은 놀라며 다시 물었다. “아니, 기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오”. 이에 기황양은 정색하며 대답했다. “왕께서는 제게 군대를 지휘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물으셨지, 기오가 저의 자식인지를 묻지는 않으셨습니다”. 평공은 만족스런 듯 웃더니 기오를 군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1달이 지났지만 인선작업은 여전히 마무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시 바삐 내각을 구성해 국정운영에 나서야 할 판에, 하루를 멀다하고 들려오는 낙마 소식은 국민들의 한숨을 더욱 깊어가게 하고 있다. 이쯤 되니 이제 ‘청문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되나’ 싶을 정도다.

김영삼 대통령은 “머리는 빌려쓸수 있어도 건강은 빌려쓸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 한 사람이 국정 전반에 대한 모든 지식에 해박할 수 없기에 실무에 능한 사람의 ‘머리’를 빌리는 일은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을 뽑는다는 의미는 유능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 일이라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朴대통령은 선거당시부터 인사임명에 있어 대탕평을 강조했다. 하지만 줄줄이 이어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마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자기가 겪어 본 사람을 쓴다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순 없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이라면 그가 대통령과 무슨 관계든 문제될게 있겠는가. 하지만 청문회마다 번번이 불거지는 ‘자격논란’은 인사의 적합성에서 있어서도 의문이 들게 만든다.

고대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본교생의 51%가 朴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직은 새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의미다. 자신의 아들을 추천함에 있어서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었던 기황양의 혜안을 朴대통령에게도 기대해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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