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제목, 특히 커버스토리의 제목은 신문 전체의 얼굴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런 점에서 1720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아쉬운 감이 있다. ‘옆 방에서 들려오는 너의 숨소리’는 차라리 유희를 목적으로 하는 글이나 가벼운 에세이에 어울린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숨겨진 문제점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이러한 제목 선정은 기사의 진지함을 저해했다. 같은 기사의 마지막 문단도 비슷한 맥락에서 지적하고 싶다. 아마도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듯하나, 오히려 어색하다. 뜬금없이 기자가 의견을 덧붙인 것처럼 보이는 점이 우선 그렇다. 게다가 문장이 길어지는 바람에 문장의 의미도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함께 실린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에 딸린 설명은, ‘신문’의 커버스토리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읽지 않는 대학생’ 기획은 좀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독서모임을 찾자는 것이 이번 호의 의도였으나,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자운영, 독서토론소모임, 도막 셋 중에 이번 호의 의도를 살린 것은 자운영 하나뿐이다.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54년간이나 활발하게 모임을 이어나가고 있는 모습은, 벤치마킹이라는 의도에 부합한다. 그러나 다른 두 모임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임인데다 그 역사도 짧다. 이 두 모임을 선정해서 인터뷰한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기사 내용도 성의 없는 기술의 나열이다. 공유가 아닌 ‘채움’이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문장은, 이후 그에 대한 아무 설명이 없다. 심지어 공유가 목적인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없다. 설명이 계속 번복되기 때문이다. 좋은 기획의도로 시작한 만큼, 치열한 고민으로 충실하게 기획을 꾸려나가길 바란다.

   학술면은 교내의 학술 워크숍을 다뤘다. 이는 두 마리 토끼, 즉 교내 소식에 대한 보도와 알찬 학술적 내용을 다 잡아낸 훌륭한 선택이었다. 특히 이러한 워크숍을 잘 몰랐을 학부생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기획면은 이전 호에서 소개한 ‘WCU-BK21’을 더욱 상세하게 다뤘다. 전체적인 개념 및 문제를 다룬 기사도 훌륭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우리 학교의 입장에서 이번 사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설명한 기사다. 이는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면에서 우수한 기사라 할 만하다.

   스포츠 면의 ‘대학농구 유니폼 패션배틀’은 기사로서의 깊이가 너무 얕다. 눈길을 끌기 위해 시도해 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한 면이나 차지할 만한 기사인 지 의아스럽다. 기사 내용에 있어서도 허점이 많다. 고려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고려대 유니폼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은 우스꽝스럽다. 설문 조사를 진지하게 진행할 의도가 없었다면, 차라리 신문이 아니라 잡지에 싣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이번 호는 많은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지적한 독서 기획, 스포츠면 기사 등의 문제점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기획 의도에 그 내용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좀 더 충실하게 내용을 담아내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혜진(사범대 국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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