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계 5동에 위치한 한 피아노 학원 앞에서 안철수 후보가 초등학생들에게 싸인을 해 주고 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사퇴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일 오전 노원병 재·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후보자 등록 하루 전, 안 후보의 일정을 따라다니며 안 후보와 노원병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예전과 달라진 적극적인 모습 보여
   “안녕하십니까, 안철수입니다.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안 후보는 유독 ‘끝까지’란 말을 강조했다. 미국 출국 후 83일 만에 현실정치로 돌아온 그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최대한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대선 전과는 달리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반찬거리 사 가시나 봐요”,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 찍는 모습도 이젠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기존에 보여줬던 경직된 ‘차렷 자세’가 아닌 지역주민과 팔짱을 끼는 등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예정에 없던 닫혀 있는 가게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는 등 대선 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런 안철수 후보의 변화에 노원병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금자(여·51세) 씨는 “대선 때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 신뢰가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악수하는 모습부터 확신에 차 있으니 보기 좋네요”라고 말했다. 인사를 위해 빵집으로 들어가는 안 후보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 할아버지도 한마디 했다.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여야 찍어줄 맛도 나고 하는 거지.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은 책임감이 없어서 안 돼”.

‘안철수 열풍’ 여전히 유효해
   노원병에서도 안 후보는 ‘유명 인사’였다. 안 후보의 주변엔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방금 전까지 집 앞에 안철수 후보가 있었다”며 집에서 급하게 뛰어나와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학생도 보였다. 안 후보가 상계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건물 2층에 위치한 ‘피아노 학원에서 초등학생 3명이 쪼르르 뛰어나왔다. “안철수 아저씨 싸인해 주세요”. 아이들의 손에는 흰 종이와 펜이 들려있었다. 안 후보의 싸인을 받은 김나림(여·11세) 양은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자랑하면 다들 부러워 할 걸요. 엄마한테도 자랑해야지”라며 다시 학원으로 올라갔다. 멀리서 안 후보를 보고 달려온 한 주부는 스스로 안 후보의 팬이라고 밝혔다. “꼭 당선되셨으면 좋겠어요. 지난 대선 때 너무 안타까웠는데 저희 지역구에 출마하신다고 해서 정말 기뻐요”.

   안 후보를 따라다니다 보면 “팬이에요”라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출근인사나 퇴근인사 때만 되면 사람들이 매번 커피나 꿀물 같은 선물을 그의 손에 쥐어준다. 안 후보의 특징은 이렇게 시민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다가와 격려를 해 준다는 점이다. 노원병 주민들 중 ‘안철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지여부에 관계없이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 안 후보를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궐선거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를 대한다기보다 유명인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이런 모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강준식(남·25) 씨는 “이제 우리가 그를 정치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변에는 아직도 안 후보를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인기투표식의 선거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본교생인 정자헌(과기대 제어계측13) 씨도 후보의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긴 하지만 저번 대선 때처럼 인물 위주의 선거 보다 정책 위주의 선거가 됐으면 좋겠어요. 본격적인 선거 운동 기간이 되면 공약을 꼼꼼히 따져볼 생각이에요”

지역 일꾼으로서 진정성 보여야
   “노원구를 위해 일하겠다고 한 사람들은 많은데 뽑아 주니 전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뿐이더라고”. 지하에 위치한 한 식당의 주인아주머니가 한 말이다. 아주머니는 안 후보가 방문하자 그에게 “책임감 있게 노원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노원병 주민들은 인기 많은 후보도, 똑똑한 후보도 아닌 자신들이 살고 있는 터전을 끝까지 책임질 후보를 원했다. 안 후보와 악수를 나눈 한 택시기사는 “안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그런 게 있잖아. 잠시 몸담고 있다가 다른 데 가고. 안 후보는 한번 그만둔 경험이 있으니까 저 사람이 진짜 끝까지 할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라고 답했다.

   한 음식점의 사장님은 “잘 부탁드리겠다”는 안 후보에게 도리어 “내가 더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당선되지도 않은 후보에게 도리어 “노원병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주민들의 눈빛에는 자신의 지역구를 누구보다 소중히 생각해 달라는 간절함이 보였다. 당신이 사는 구(區)의 국회의원을 잃은 주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후보의 ‘책임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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