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직 사퇴 직전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20대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안 후보 역시 대학가를 돌며 투표를 독려할 만큼 자신의 주된 지지층인 대학생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대선 후보 사퇴 후 노원(병) 후보로 출마한 안 후보에 대한 고대생들의 인식은 무엇일까. 고대신문이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고대생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3월 27일부터 사흘 간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후보직 사퇴 후 ‘지지율 낮아져’
   ‘제18대 대선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기 직전,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후보 중 어느 후보를 지지 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28%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라고 응답했다. 이들 중 안 후보의 후보직 사퇴 후 그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어느 정도 낮아졌다(57.2%)’와 ‘매우 낮아졌다(6.9%)’를 선택한 학생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27.6%)’와 ‘매우 높아졌다(5.5%)’를 택한 학생보다 많았다. 이내영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후보 사퇴 과정에서 명분이 부족했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정체성 확립 부족
   현재 안 후보의 이미지를 묻는 문항에서는 ‘그의 정체성은 모호하다(42.2%)’가 1위를 차지했다. 후보자 등록을 마쳤음에도 그를 정치인이라 생각하는 학생은 13.2%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오히려 안 후보를 학자(24%)나 기업인(19.7%)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더 많았다. 이내영 소장은 “대선 후보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출마는 했지만 아직 당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정치를 시작한 건 아니다”라며 “안 후보는 정치인이 된 게 아니라 정치인이 되기 위해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인이었다가 학자였고 대선 출마 후 사퇴한 뒤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니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영준(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안 후보가 가진 정확한 정치적 비전이나 정책이 제대로 구현돼 전해질 기회가 없었다”며 “노원구는 지역 선거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정책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약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노원(병) 출마, 부정보다 긍정
   ‘안 후보의 노원(병) 출마 선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십니까, 혹은 부정적으로 보십니까’라는 질문엔 ‘긍정적이다(34%)’라고 답한 학생이 ‘부정적이다(28.8%)’라고 답한 학생보다 많았다.

   노원(병) 출마 선언에 대해 긍정적이라 답한 학생 중 71.6%가 ‘현 정부(대통령/여당)을 심판할 수 있다’를 그 이유로 꼽았다. 다음으로 ‘안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을 갖췄다(9.1%)’와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다(2.8%)’가 뒤를 이었다.

   이내영 소장은 “안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통해 집권당을 심판했으면 하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아직 현 정부를 정책으로 파악하긴 좀 힘들 거란 생각이 든다”며 “최근 인사 과정에서 정부가 불통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 정부에 호감을 갖지 않은 학생들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원(병) 출마 선언에 대해 부정적이라 답한 학생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대선후보 사퇴 후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기까지의 기간이 짧다(26.8%)’를 이유로 선택했다. 다음으로 ‘노력하지 않고 쉬운 방법으로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이다(20.8%)’, ‘새누리당에 유리한 정치 구도를 낳는다·야당의 분열을 초래한다(14.1%)’,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정치적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다(5.4%)’가 뒤를 이었다.

정당 정치에 대한 회의감 높아
   안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를 묻는 질문에서는 ‘무소속으로 활동하길 바란다(37.3%)’가 1위, ‘신당을 창당하길 바란다(26.3%)’가 2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는 제18대 대선에서 특정후보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치했다.
   김윤태(인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무당파 성향이 크다는 건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어떤 형태로 정치를 하든 정당정치의 형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정당정치나 책임정치가 없다면 대의민주주의가 발전하기 힘들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내영 소장도 “당이 없으면 개인이 할 수 있는 활동에 한계가 있다”며 “안 후보를 정치 세력으로 보기보다 새 정치의 아이콘으로 보는 학생들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야권 세력을 키워야 한다(10.4%)’와 ‘새누리당에 입당해 국정 운영을 도와야 한다(3.7%)’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서 ‘민주통합당에 입당해 야권의 세력을 키워야 한다(16.9%)’고 답한 학생들에 비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택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해 야권의 세력을 키워야 한다(9.6%)’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더 낮았다. 이내영 소장은 “안 후보가 야권연대 단일화를 민주당과 했으니 안 후보의 성향을 민주당에 가깝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안 후보의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영향력 있으나 지지율은 미지수
   ‘안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다음 중 어느 정당을 지지하시겠습니까’를 묻는 문항에는 ‘안철수 신당(35%)’을 선택한 학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지지정당 없음(32.7%)’, 새누리당(16.2%), 민주통합당(9.1%)이 뒤따랐다. ‘안철수 신당’을 택한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것에 대해 김 교수는 “무소속으로 남길 원하지만 만약 창당을 한다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보다는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정당 없음’을 택한 학생이 많은 이유는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내영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데도 신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하지 않은 이유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신당을 창당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창당 후 결정하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단일화 과정에서 실망한 사람들과 노원(병) 출마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지정당 없음’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제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학생들 중 66.3%의 학생이 여전히 새누리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해 가장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이들 중 ‘안철수 신당(가칭)’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학생은 9.6%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학생들은 대부분이 ‘지지정당 없음(39%)’과 ‘안철수 신당(31.8%)’을 택해 지지성향의 변화를 보였다.

   이내영 소장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싫어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는 민주당이 제1야당임에도 지지자들 중 다시 민주당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학생이 30%도 안 된다는 것은 민주당이 젊은 층에게도 외면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도 “민주당은 진짜 ‘정책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정치의 논리를 내세우며 여당과 어떻게 맞설지가 아니라 시대적인 비전을 보여주고 투명한 조직 구조를 통해 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신당 창당을 한 뒤에도 그에 대한 지지율이 여전할지는 미지수다. 최 교수는 “안 후보가 정당을 만들면 민주당의 기존 사람들과 조직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안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결국 ‘안 후보도 똑같은 정치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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