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공학(Security Engineering) 1판의 킨들 버전은 64달러. 아마존에서의 가격이다. 그런데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면 이 책 전체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그럼 과연 그 책이 팔릴까? 구매할 용의가 없거나 사지 못할 사람들은 대출하거나 복사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도 좋은 책이라면 입소문 내거나 인용한다. 그래서 저절로 홍보도 된다. 게다가 살 사람은 산다. 그 홈페이지가 없었더라면 책이 더 팔렸을까? 글쎄다.

  이렇게 책 전체를 인터넷이 올려놓는 저자들이 느는 것을 보면 도서출판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모델을 선호한다. 유명세를 타야 수익도 생기는데 무명으로 살면 얻을 게 없다. 그래서 자비를 들여서라도 누구나 퍼갈 수 있게 한다. 특히 무명 가수들이 그런다.

  저작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저작권에 대한 근본적 개념, 보호할 방법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 그 논의는 진행형이고 그로 인한 다양한 해석들이 분분하다. 법률적인 해석은 더 그렇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확정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뜻이다. 경계가 명확하다 해도 검사와 판사, 변호사의 해석이 다른 게 법 아닌가? 어쨌든 저작권을 침해하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저작권법이 존재하는 한.

  이런 논란의 중심에 토렌트가 있다. 토렌트 사이트는 저작물의 리스트만 공유한다고 주장한다. 불법복제물을 보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저작물 공유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그래서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판결들이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들이민 잣대는 유발이론(inducement theory). 해당 사이트가 저작권위반행위를 촉진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단다.

  토렌트 이용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다운로드만 했는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잠재적으로 그렇다. 처벌의 검증은 논외로 치더라도. 업로드인 경우는? 당연히 더 그렇다. 그래서 학생들이 토렌트를 이용할 경우 법률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명예를 지키려면 젊어서부터 지켜야 한다는데 그러자면 장래가 구만리 같은 학생들은 지금부터 불법을 멀리해야 한다.

  물론 모든 다운로드를 다 저작권 침해로 보는 것은 아니다. 공정이용, 공공저작물, 사적복사 등의 예외 조항이 있다. 그러나 그 조항들이 너무 협소해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좋은 영화나 음악인 경우 더 그렇다.

  토렌트는 분산처리가 장점이므로 파일 크기가 큰 영화나 드라마 다운로드에 적합하다. 토렌트에서는 영화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내 여기 저기 저장해둔다. 다운로드 속도를 향상시키고 저작권 침해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피어(peer)라 불리는 다운로더는 여기 저기서 조각들을 불러모아 퍼즐 맞추듯 짜맞춰야 영화 한 편이 완성된다. 그래서 법률 적용이 복잡해져 이론적으로 다툴 여지는 조금 있다.

  다운로드만으로도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이론의 여지가 많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고의로 그랬다는 고의성을 밝히는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토렌트 같은 곳은 우범지역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사적으로 복제했다고 주장하면 그게 아님을 보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다운로드 케이스는 업로드 케이스에 비해 피소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파일을 업로드할 경우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저작권이 살아있는 파일을 퍼 올리기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못해 저장할 경우에도 공유는 하지 말아야 한다. 부득이하게 공유해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 대체수단을 찾는 게 좋다. 그것도 사적 복제나 연구 목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때만. 그렇지 못 할 경우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했다며 피소될 수 있다. 괜한 공명심에 들떠 토렌트에서 파일을 공유하다 망신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남의 소중한 지적재산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그걸 무료로 누구라도 쓸 수 있게 할지 말지 결정하는 일은 저작권자 몫이다. 학생들은 원작자의 권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무료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으면 행운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쓸 수 있게 한다며 앞장서서 파일을 공유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턱없는 합의금이나 배상을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처벌받은 학생의 학내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거나 심하면 퇴학시키기도 한다.

  인터넷 프로토콜은 완벽하지 않아 더 널리 퍼졌다. 저작권 조항도 적당히 느슨해야 문화발전에 기여한다. 그래서 때로는 약간의 일탈과 모험도 필요하다. 수사기관이나 작권자도 일반 다운로더까지 고소, 수사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현실과 법의 괴리가 조금은 있어 보인다.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될 꿈을 꾸는 고려대 학생들이라면 아예 지금부터라도 모든 불법을 멀리하는 게 좋다. 학생들의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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