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숭례문이 우리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화재가 난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2008년 10월, 국보 1호 숭례문은 한 시민의 어이없는 방화로 600년 역사의 흔적이 사라졌다. 당시 각종 언론은 이를 특종으로 다루며 문화재 보존에 소홀한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숭례문 화재에 ‘관리 체계가 부족했다’, ‘화재 초기 진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등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원인을 분석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문화재에 ‘무딘’ 우리에게 있었다.

 국보 1호 숭례문은 화재사건 후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로 5년 만에 복구가 됐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는 문화재는 여전히 많다. 특히 내 고향 울산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떠오른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새긴 고래나 거북, 사람 등의 형상이 조각된 것으로 그 가치가 높아 국보로 지정됐다.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가치 있는 문화재였기에 어릴 적부터 소풍이나 견학 등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자주 보러 가곤 했다.

 어릴 적, 반구대 암각화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찾은 반구대 암각화엔 물이 차 멀리 암각화와 멀리 떨어진 바위에 앉아 바위그림을 바라본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국사선생님께서 열을 내며 암각화에 대해 설명하셨던 때가 기억난다. “암각화에 물이 차 형상이 없어지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서로 다투느라 본질을 놓치는 사람이나 이런 상황인데도 무관심한 사람들이나” 당시 울산에는 시민을 위한 식수 보존을 외치는 울산시와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이 갈등 중이였다. 지금도 끊이지 않는 갈등이지만 몇 년이 넘는 지지부진한 갈등으로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물에 삭혀가는 암각화였다. 

 최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반구대 암각화를 직접 방문해 보존 대책을 내겠다며 두 팔 걷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산 시민으로서도 문화재를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주의해야할 점은 이 순간에도 암각화는 물에 잠겨 퇴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탁상공론으로 끝나는 말은 문화재를 되살릴 수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할 수 있는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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