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숙사 사감을 맡고 있다. 그때 어떤 지인이 자기 조카의 기숙사 입사를 부탁해 온다. 당신은 일단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대답한다. 다음날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그 학생의 성적이 낮고 주소지가 학교에 가까워서 입사가 불가하다고 해답을 해 준다. 상대는 정중하게 알았다고 전화를 끊는다. 그 다음에 그 지인이 주변에 당신에 대해 퍼뜨리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반응 1: ‘참 원리원칙을 지키는 역시 선생다운 괜찮은 사람이다.’
반응 2: ‘아니 내 조카가 성적이 되면 내가 왜 지한테 구차하게 부탁해?  안 되니까 부탁한 것인데 그따위 원칙을 들어 거절해? 누가 그 원칙 몰라서 부탁한 거야? 인간이 조금 힘쓰는 자리에 있다고 안면을 바꾸어? 지가 평생 그 자리에 있나 두고보자.’
 
  공선사후(公先私後)란 말이 있다. 공적인 일이 먼저고 개인적인 일은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나에게 적용될 때는 사선공후가 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 사람은 자기 시각에서 사물을 본다. 내가 부동산을 사서 큰 돈을 번 것은 투자를 잘 해서이고 남이 해서 큰 돈 벌면 투기를 한 것이다. 내가 아파트 청약을 위해 주소를 친척집으로 옮기는 것은 편법이고 남들이 하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다. 나에게 적용되는 예외적인 기숙사 입사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이고 남에게 그런 예외가 적용되면 부정한 것이다.

  학기말에 학생들의 성적 정정에 대한 민원이 무척 많이 들어온다. 개개인의 사정을 들어보면 억지스러운 것도 있지만 정말로 딱한 사정들도 제법 많다. 그때는 정성스럽게 메일로 답신을 한다. ‘개인적으로 자네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 자네가 원하는 성적을 주지 못하는 나도 정말 가슴 아프다. 자네에게 원하는 성적을 주게 되면 내가 학기 초에 전체 학생들에게 고지한 성적부여 원칙을 내가 학생들 몰래 깨뜨리는 것이고 그것은 자네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 대한 약속위반이다. 이러한 나의 안타까운 입장을 자네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그 학생에게 나는 괜찮은 선생일까 아니면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초보적인 지식도 없는 비정한 선생일까?

정균화 경상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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