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2000mg보다 높다.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며 20대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989mg으로 기준치 보다 2배보다 높은 수치다.

20대가 짜게 먹는 것은 50~60대보다 더 위험하다. 20대의 혈압이 올라가는 속도가 60대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인 김성권(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20대부터 이미 혈관 노화는 진행되고 있다”며 “20대 시절의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심장병, 위암 등 성인병의 가장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퍼스 내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대학생들에게 식단의 선택은 제한돼 있다. 이에 고대신문이 교내에 위치한 식당의 나트륨 함량을 조사했다. 메뉴는 △학생회관 △안암학사  △자연계생활관(자생관) △국제관 교직원식당 등 총 4곳의 4월 9일 중식으로 선정했다. 검사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위생검사기관으로 지정된 (주)에스푸드가디언스를 통해 이뤄졌다.

학생식당 나트륨 사각지대
조사결과 교내 식당의 100g당 나트륨 함량은 학생회관(282.41mg), 안암학사(272.62mg), 이공계(253.78mg), 교직원식당(252.78mg)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발간한 ‘외식 영양상분 자료집’의 굴짬뽕(295.82mg), 해물칼국수(261.67mg)와 비슷한 수치다.

현재 학생식당의 나트륨 함량 기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자생관과 교직원 식당의 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 홍보팀 직원 성지연 씨는 “소금 및 염도는 영양사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안암학사의 급식업체인 ‘아워홈’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워홈’은 국의 염도에 대한 권고 기준은 있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영양사 임의로 염도가 결정된다. 이에 안암학사 사감장 지영민(생과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업체에 가능한 저나트륨 식단 운영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나트륨 함량 표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4곳의 식당 모두 음식에 대한 나트륨 수치를 표시하지 않았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가공식품은 나트륨 표기를 해야 하지만 식당의 나트륨 표기는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에 대해 ‘CJ프레시웨이’의 김예원 영양사는 “이번 주부터 CJ업체 식당에서 국의 염도를 게시하겠다”고 말했으며 학생회관 식당과 안암학사 측은 “학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암병원 내 사설식당, 나트륨 수치 높은 편
안암병원 내 사설식당 H의 비빔밥 나트륨 함량은 100g당 406.04mg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식 영양성분 자료집’의 비빔밥 100g 당 267.42mg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또한 식약처 기준에 따른 1회 제공량 1인분(500g) 당 나트륨함량으로 계산했을 시, 2030.2mg에 해당한다. 비빔밥 한 끼 식사만으로 WHO의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인 2000㎎를 넘는 것이다. 해당업체 이미옥 매니저는 “된장 및 고추장 등을 덜 사용하며 덮밥 종류 등도 밥과 따로 나가게 해 나트륨 함량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암병원 총무팀 직원 이장록 씨는 “휴대용 염도 측정기 구입 등을 통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도록 해당업체와 함께 개선하겠다”고 했다.

나트륨 감소한 모범사례
서울대는 3월부터 저염 식단을 제공하는 ‘감골식당’을 열었다. 감골식당은 MSG가 없는 저염식단을 제공한다. 단순히 염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맛을 낼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직원 김인옥 씨는 “식재료를 다양하게 하여 건강한 메뉴를 제공”한다며 “국 대신 숭늉을 제공하는 식으로 싱거운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경우 2012년부터 학생식당에 판매하는 음식 중 찌개와 같은 주메뉴의 나트륨 함량을 표시하고 있다. 연세대 생활협동조합 이항서 직원은 “음식마다 표기할 수는 없어 우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의 나트륨 함량을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내의 식당인 ‘제이제이케터링’은 이용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1월부터 소금의 양을 줄이고 있다. 목표는 매달 총 소금 사용의 5%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한 국 없는 날도 운영하고 있다. ‘제이제이케터링’의 황선지 매니저는 “소비자의 불만과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표 메뉴를 만들어 소비자가 수용하는 범위 안에서 차츰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중”이라고 했다.

나트륨 줄이기, 소비자가 나서야
저(低)염도식 및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급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본지가 조사한 4곳의 식당 모두 “나트륨 함량은 매출과 연결돼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박혜경 식품영양안전국장 또한 “소비자 스스로 나트륨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깨닫고 업체에 요구해야 한다”며 동시에 “공급자 또한 소비자 및 사회현상에 자연스럽게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트륨 줄이기는 온 국민이 동참해야하는 과제인 것이다.

김 교수는 나트륨 줄이기의 일회성 캠페인화 와 소비자의 일시적 나트륨 줄이기 인식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싱겁게 먹기는 마약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공급자 간에 나트륨 줄이기가 이룰 수 없는 짝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 수요자는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공급자는 절대적인 수치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박 국장은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줄이라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트륨 함량을 줄이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끌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