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데이'의 참여자들이 영풍문고 종로점 맞은 편으로 길을 건너 본격적으로 퍼레이드를 시작하고 있다.

1일, 알바연대(대표=김순자)는 영풍문고 종로점 앞에서 제1회 ‘알바데이’를 개최했다. ‘알바데이’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대기업의 이윤을 알바 노동자들에게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를 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날 행사엔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인도를 길게 채웠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이 낮기 때문일까 ‘알바데이’는 노동절에 열리는 어떤 집회보다 밝은 분위기였다. 참여한 사람들 중 실제 아르바이트 유니폼을 입고 온 사람들도 여럿 보였고 편의점에서 식대로 지급받는 샌드위치나 삼각김밥 모형의 탈을 쓴 사람들도 있었다. ‘카라멜 마끼아또님 제 시급보다 비싸시네요’ 등의 문구가 쓰인 모자도 눈에 띄었다.

현직 아르바이트생의 이야기
행사는 실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대형서점과 커피전문점, 사무보조 등의 알바 경력이 있는 하루(가명, 여) 씨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1달 동안 일했던 커피점에서 일방적으로 잘렸는데 이 때문에 생활이 막막해졌습니다. 생활비를 위해 아무렇게나 투잡을 뛰기 시작했는데 주중에는 사무보조, 주말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제 자신을 위한 시간은 없었습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몽실(가명, 남) 씨는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편의점 가맹주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알바노동자를 고용하는 건 영세 상인인데 최근 그들의 사정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잘못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경제상황을 수수방관 보고 있는 정부는 분명 비난을 받아야 하고, 대자본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작년 8월 집을 나와 용산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건진(18세, 남) 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알바를 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동의서가 필요하고 특히 야간에 일을 하기 위해선 취직인허증을 받아야 하는 현 청소년 노동 규제를 비난했다. “청소년에게 위험한 것은 성인들에게도 위험해요. 하지만 정부는 위험한 상황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청소년 노동만 제재하려고 합니다”

서울 고용노동청 찍고 명동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젊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답게 장기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가 리어카에서 흘러나왔다.

노래를 부르며 그들이 당도한 곳은 서울 고용노동청 앞이었다. 이곳에선 문지수(30세, 여)씨의 발언이 있었다. 그녀는 알바 노동자의 노동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 노동고용청과 고용노동부를 비난했다. “1년 동안 일을 한 직장에서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수령방법을 고용노동부에게 문의했더니 알바 노동자 입장에선 쉽게 알 수 없는 사업자명, 사업자 번호를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사장님은 이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습니다”.

고용노동청을 떠나 그들은 이윽고 명동에 도착했다. 시위대가 명동 한 복판에 등장하니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행 중인 외국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시위대를 따라 걸으며 캠코더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대는 명동예술극장 앞에 멈춰 그 앞에서 드러눕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쉬고 싶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명동 한 가운데 50여 명의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누웠다.

‘알바데이’는 롯데백화점이 보이는 명동길 끝에서 마무리됐다.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엔젤리너스, 롯데리아 등의 계열사를 가진 롯데기업에게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발언이 있었다. 바이더웨이의 한 40대 여성가맹주는 알바노동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는 한편 대기업에 유리한 영업이득금 배분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최저임금 1만원 박터뜨리기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시위대 가운데에 4680원이 적혀있는 박이 세워졌다. 모두 다 같이 구호를 외치자 알바연대 관계자들이 박과 연결된 줄을 끌어당겨 박을 터뜨렸다. 그 안에서 최저임금 만원이 나왔다. 퍼레이드의 흥겨운 분위기는 끝까지 이어져 마지막까지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 됐다. 정성희(35세, 여) 씨는 “알바데이 행사 자체가 재미있게 꾸려졌다”며 “지금까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대변해주는 게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당사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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