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광호 공공행정학부 교수
   문학작품들을 접하면서도 그것들이 인문학만의 소유가 아니며 필자가 전공하는 행정학 특히 정책평가(policy evaluation)의 기본 교과서임을 미국유학시절 흑인교수와의 토론 속에서야 깨닫고 내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비하와 편협된 상아탑의 학문울타리에 갇혀 있었는지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1943년에 태어난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는 순수한(professional) 정책평가자로 자신만의 작은 ‘별’인 “학문적 및 정책적 영역”에 떨어진 ‘꽃’이라는 비일관적이고 비논리적인 “연구 및 평가의 대상”에 대한 정의(definition)와 관계(relationship)의 정립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러자 자신 속에 숨어 있었던 좁고 고정된 사고를 깨기 위해 그 작은 자신의 영역을 떠나 다른 영역에서의 “탐구(search) 및 평가(evaluation)”를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문제해결에 답을 줄 타당하고(valid) 신뢰적인(reliable) 정보와 지식이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다른 별인 미지의 영역에서 만난 사람들(즉, 정보제공자 및 정보의 원천들)에게 문제의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고 답하는(ask & reply) 과정을 거치면서 비논리적이거나 편협한 사고 및 대상(왕, 술주정뱅이 등)에 대해서는 하품을 하고 의미있는 정보들에서는 그것들 간의 관계설정을 위한 명상(contemplation)에 골똘히 잠기는 전문적인 정책평가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는 그러한 정보 및 지식이 편협하거나 부정한 방향으로 조작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보의 제공 영역인 6내지 7개의 별을 사전에 의도적으로 선정해 놓지 않고 그 별들이 표본(sample)에 선택될 확률을 똑같이 두는 “무작위 추출(random sampling)” 방식을 따릅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지구의 일부인 사막이라는 영역에서 만난 ‘뱀’은 평가과정에서 만난 “잘못된 정보제공자(bad information provider)”로서 ‘지구’라는 평가대상에 대한 편협된 정의를 전달하게 되고, 어린왕자는 이를 믿지 않고 주위의 높은 산에 올라 자신이 직접 판단을 하지만 그도 역시 정책평가자가 쉽게 범하는 같은 오류(error)를 범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는 지구 한 구석에 있는 ‘산’이라는 “편협된 평가기준(indicator) 및 척도(measures)”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전문적인 평가자로 돌아와 정책평가대상의 본질은 쉽게 보이지 않는 것임(‘essence is invisible’)을 확인하였고, 황금밀밭과 어리왕자의 금발간의 상징적 매개체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보여준 여우라는 관계설정자(및 요소)를 정책평가과정에서 만나게 됩니다.

   정책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종착점은 관계의 확인이며 그 중 인과관계(causality)의 본질을 찾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1936년 이효석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봉평 메밀꽃의 밤길에서 보여준 그 소금을 뿌린 듯이 푸르게 젖은 달빛에서 시작됩니다. 장돌뱅이 허 생원과 봉평의 처녀 그리고 개울물에 빠진 자신을 부축해준 동이의 왼손잡이 속에서 허 생원과 동이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과관계의 구조적 본질을 보여줍니다. 95% 신뢰수준에 ±2.5 표집오차라야 인과관계로서의 자격이 되나요? 원인-결과의 현상이 100번 일어나야 인과관계인가요? 아닙니다. 독자의 사고에 그리고 평가자의 분석적 판단에 한번이라도 논리적인 원인-결과의 속성이 깊이 박혀 생존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과관계는 충분합니다. 

  저는 생텍쥐베리와 이효석이 인문학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문학작품을 볼 때마다 저는 흐붓한 행정학적 사고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 보지 말고, 학문탐구 및 정책평가의 대상인 칠흑 같은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샘솟는 본질(essence)인 ‘우물’(oasis)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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