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법무부는 호주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이 올 정기국회에 통과될 경우 200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997년 국내 여성단체의 ‘부모성 함께쓰기 선언’에서 촉발된 호주제폐지운동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이 운동에 참가하고 지지를 보내왔던 이들에게는 감회가 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호주제폐지’로 요약되는 이번 민법개정은 신중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작금의 무조건 편가르기식 여론환경이 아니더라도, 언제부터인가 여성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기 십상이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남성위주의 사회제도와 관습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이 피해를 받고,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언론매체 뿐만 아니라 지식인 집단도 여성운동에 대해 언급하는 데는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당위성을 인정하더라도, 결정의 판단근거는 ‘누가 제기했는가’가 아닌 ‘문제의 자체의 의미’를 살펴보는 일이다.

호주제 폐지론자가 제기하는 남녀 차별적 조항들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주제와 전혀 관계도 없는 문제마저도 호주제 때문이라며 폐지를 주장한다면 교각살우(矯角殺牛)가 따로 있지 않다. 호주제를 갑자기 전면 폐지했을 경우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주장이 단지 기우(杞憂)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의 근간인 가정제도의 변화가 될 이번 민법개정에 대해 편협한 안위와 자기주장 관철보다는 사회전체에 미치는 이해(利害)를 먼저 살피는 대국(大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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