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행정법원이 수능시험 총점기준 누적성적분포표와 개인별 석차를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현행 ‘석차 비공개’의 입시제도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만약 수능 총점 석차를 공개할 경우 대학 서열화·획일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판결은 2004학년도 대입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재판부에서 밝혔듯 수능석차 비공개는 학생들을 비공식적인 정보에 의존하게 하고, 자신의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이 아닌 또 다른 운(運)에 기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는 단순히 대학의 신입생선발 방식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등교육의 전반적인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교육당국의 석차비공개 정책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는 실제 교육환경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석차를 알 수 있는 성적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내심 그 의미를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학교 인근의 사설학원 내지 보습학원에서 마치 급수별 자격증을 주듯 학년별 자격시험이란 것을 보며 석차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사교육부담을 낳고, 또한 교육의 내재된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제도나 문화에도 능력 있는 자, 열심히 있는 자가 따로 있고, 그러한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해 상과 벌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발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추상적인 목표에만 매달려 교육당국이 교육에서 기본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은 게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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