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재판부에서 밝혔듯 수능석차 비공개는 학생들을 비공식적인 정보에 의존하게 하고, 자신의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이 아닌 또 다른 운(運)에 기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학 입시제도는 단순히 대학의 신입생선발 방식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중등교육의 전반적인 과정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교육당국의 석차비공개 정책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는 실제 교육환경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초등학교에서는 석차를 알 수 있는 성적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내심 그 의미를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학교 인근의 사설학원 내지 보습학원에서 마치 급수별 자격증을 주듯 학년별 자격시험이란 것을 보며 석차를 매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사교육부담을 낳고, 또한 교육의 내재된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제도나 문화에도 능력 있는 자, 열심히 있는 자가 따로 있고, 그러한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해 상과 벌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발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추상적인 목표에만 매달려 교육당국이 교육에서 기본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은 게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