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연광 기자 kyk@

음식과 식문화에 평생 간직해야할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채식과는 다르다. 불교에서 음식을 먹는 과정은 우리의 삶을 있게 하는 인생의 일부이자 정진하도록 돕는 수행이다.

소식(小食)이 전하는 충만함
우리나라 스님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두 끼를 먹는다. 새벽 5시 경에 죽식을 먹고 사시(오전 9시~오전 11시)에 부처에게 공양한 후 스님들이 함께 모여 정찬을 먹는데, 스님의 밥그릇인 발우에 담아먹는 이 식사법을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공양은 부처가 살아있을 때부터 승려가 집집마다 방문해 밥을 얻어먹던 탁발풍습에서 유래했다. 초기 불교에서 1일 1식을 하던 전통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시 공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승려의 1일 1식은 인도와 동남아 등지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승려는 1일 2식이 보편적이다. 2식을 하는 이유는 북방불교의 전통에 따라 탁발을 하지 않으나 수행과 함께 노동을 하고 육류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아픈 스님의 경우 저녁에 과일즙 정도의 가벼운 식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를 ‘약석(藥石)’이라 한다. 오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전통은 <사미율의>의 ‘아무 때 아무거나 먹으면 방자하여 부끄러움이 없고 먹는 것 또한 낮과 밤을 가리지 못 한다’라는 구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사진 | 김연광 기자 kyk@

발우공양, 진리를 담다
발우공양은 보시한 이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더욱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수행의 일부다. 회발게·봉반게·오관게를 차례로 읊으며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고, 보시한 이의 고마움을 되새기며, 음식을 먹음에 있어 부끄럽지 않도록 수행에 정진할 것을 약속한다. 발우에 밥과 반찬을 덜어서 소리 내지 않고 다 먹고, 물김치 한 조각을 남겨 발우를 닦은 후 발우에 물을 부어 헹군 뒤 그 물을 마셔야 비로소 공양이 마무리된다. 

  스님들은 발우공양이 누구나 지녀야 할 지혜를 담고 있는 수행법이므로 꼭 한번 실천해보라고 입을 모았다. 미타선원 사찰음식연구소 홍승스님은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절약의 정신을, 자연을 생각하는 청결의 정신을, 똑같은 것을 나눠먹음으로써 평등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 | 김연광 기자 kyk@

음식은 약이다
부처는 생전에 ‘음식이 곧 약이다’라고 말했다. 음식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이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홍승스님은 “음식에 영양분이 많고 해로운 것이 없다고 해서 조화로운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내 삶의 전체적인 습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규칙적으로 잠자는 습관과 쉬는 습관, 먹는 습관은 물론 운동도 해야 한다”며 “식사와 음식은 하루의 조화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거창 소림사 정묵스님은 “속세인들의 식습관에 사찰음식이 치유가 될 수 있다”며 “현대인의 과한 음식 섭취가 병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한편 사찰음식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조심해야 한다. 정묵스님은 채식을 가까이할수록, 육식은 멀리할수록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산사의 수행자는 정적인 생활을 하므로 속이 가벼워야하기에 가벼운 음식인 채소를 먹는 것”이며 “사찰음식을 특별한 힘을 가진 무엇으로 생각하기보다 음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 사진 | 김연광 기자 kyk@

대중에게 가까워지다
하루 세 끼 밥 먹기 힘들었던 시절엔 사찰에서 먹는 음식과 민간에서 먹는 음식이 다를 바 없었다. 웰빙바람이 불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난 데에는 고열량음식과 인공조미료를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의 식습관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대전 영선사 법송스님은 “사찰음식을 배우러 온 수강생 중 상당수가 건강을 위해서다”며 “가끔 가족 중에 아픈 이가 있을 때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사찰음식은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사찰음식전문점 ‘산촌’ 매니저 국순창 씨는 “사찰음식을 찾는 20~30대가 5년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법송스님은 “사찰음식을 배우려는 이들 중에 아직은 나이 드신 분들이 더 많지만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도시민을 만난 사찰음식의 변화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넣거나 향이 진해 다른 식재료의 향을 가리는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흥거)는 넣지 않는다. 조리법 또한 자연에서 얻은 채소를 먹기 좋도록 다듬는 수준이다. 사찰음식이 대중들과 가까워지면서 전통방식에서 벗어난 요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송스님은 “연잎밥을 할 때 연잎에서 우러나온 누런 물이 밥에 스며들어 연잎의 맛을 살릴 수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밥에 검은 콩·흑미 등을 넣어 연잎 본연의 색을 묻어버린다”고 말했다.

  오신채를 약간 넣어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순창 씨는 “손님들이 처음 사찰음식을 맛보면 밋밋한 맛 때문에 많이 남겨서, 오신채를 넣지 말라고 미리 말을 하지 않는 한 오신채를 가미한다”고 말했다. 법송스님은 “사찰음식을 배워간 사람들도 처음엔 오신채를 넣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이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신채를 넣는다”며 “부득이하게 오신채를 쓰더라도 인공조미료가 아닌 들깨 가루 등의 천연조미료를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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