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과 절제, 조화가 깃든 사찰음식은 그 모습이 수행자와 닮았다. 예로부터 경전에서는 수행자가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음식에 대해 규율을 정한 바 있다. 사찰음식의 대표적인 특징인 오신채와 육류 규율, 제철 음식에 관한 경전 문구를 살펴보며 사찰음식을 들여다봤다.

오신채|불자로서 다섯 가지 매운 것을 먹지 말 것이니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의 이 다섯 가지를 일체의 음식 가운데 먹지 말라. 만일 짐짓 먹으면 경구죄에 범하느니라 -범망경 4경계

  사찰음식의 대표적인 특징은 음식에 오신채(五辛菜)를 넣지 않는 것이다. 흥거는 원래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식물로 흥거를 대신해 양파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도 있다. 오신채를 금하는 원칙은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오며 대승불교가 발달할 때 생겨났다. 탁발을 할 때는 가려먹지 않다가 스님들이 공동의 공간에 모여 함께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규율이 생겼다. 능엄경에서는 이 다섯 가지 채소를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생기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경남 거창 소림사 정묵스님은 “마늘이 일반적으로 자양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특징은 정적인 생활을 하는 승려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신채의 강한 향도 음식에 넣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사찰음식은 그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것이 기본인데 오신채가 이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고추·생강이 매운 맛이 나지만 오신채와 성질이 다르다. 미타선원 사찰음식연구소 홍승스님은 “매운 맛에도 음과 양이 있는데 오신채는 양, 고추와 생강은 음의 매운 맛”이라며 “고추는 향이 없고 생강은 향이 강하지만 다른 재료의 맛과 향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승스님은 “도교에는 맑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도인이 된다는 교리가 있다”며 “중국에서 불교가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도교적 요소가 섞여 스님들의 공동생활규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잎밥

육류|너희 불자가 고기를 먹지 말지니 어떤 중생의 고기라도 먹지 말아야 하느니라. 고기를 먹는 이는 대자비의 불성 종자를 끊는 것이어서 중생들이 보고는 도망가나니, 그러므로 일체의 보살들은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느니라. 고기를 먹으면 한량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고기를 먹은 이는 경구죄를 범한 것이 되느니라-법망경 사십팔경계 중 제3경계

  육식을 금한 사상은 ‘육식을 위한 살생’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불성(佛性)이 있는데 그 고기를 먹는 것은 대자비불성(大慈悲佛性)을 끊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전에서 육식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 3정육(三淨肉)은 ‘깨끗한 고기’라는 뜻으로 △나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을 경우 △죽이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 경우 △나를 위해 죽였는지 의심될 만한 일이 없을 경우에 먹을 수 있다.

  실제 사찰에서 육식은 부득이하게 필요한 경우 섭취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콩 등의 단백질 식품과 견과류를 통해 육류를 대신한다. 대전 영선사 법송스님은 “부족한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 튀김과 부각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 머위무침

제철 음식|봄에는 가래 심화병이 나고 여름 동안에는 풍병 가을에는 황열이 더하고 겨울이면 세가지 병이 한꺼번에 나니 봄에는 떫고 뜨겁고 매운 것을 먹고 여름에는 미끈미끈하고 뜨겁고 짜고 신 것을, 가을에는 달고 미끈미끈한 것을, 겨울에는 시고 떫고 미끈미끈하고 단 것을 먹어라 -금광명최승왕경

  사찰음식은 제철 채소로 요리했을 때 비로소 그 의의가 있다. 정묵스님은 “제철음식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특별한 양념을 갖고 있다”며 “산사의 채소에 스며든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청량한 바람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엔 차가운 음식을, 겨울엔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봄과 가을엔 바람이 차 기관지가 상하기 쉬워 절기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제철 음식의 조리법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자연의 기운을 가진 채소를 살짝 조리해 섭취할 뿐이다. 봄을 대표하는 제철 음식은 나물이다. 갓 싹터 자란 봄나물은 모두 신 맛과 쓴 맛을 갖고 있다. 봄나물은 정신을 맑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켜주므로 춘곤증을 덜 수 있고 겨우내 움츠러들어 떨어진 기력을 북돋워준다. 5월엔 두릅으로 간단한 김치를 담가 먹거나 머위대공을 들깨가루와 함께 물에 풀어 끓인 머위들깨탕이 제격이다.

참고자료|선재스님(2002). ‘약 아닌 약, 사찰음식’. 한국정신과학학회 학술대회 논문집.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