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방송도중 ‘민주화 시키다’라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된 이유는 그가 사용한 ‘민주화’라는 단어의 뜻이 그간의 상식으로 통용되는 ‘민주화’의 뜻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민주화’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회원들이 게시글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민주화’라는 단어를 쓰면서 부터다. 스스로를 애국보수라 칭하는 자들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을 비하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니 한편으론 웃긴 노릇이다.

  ‘일간베스트’가 수준이하의 단어를 사용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희롱하는가 하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행동을 일삼아 왔다. 최근엔 본교에서 열린 5·18기념 사진전에 남몰래 찾아와 만행을 저지르는 등 그들의 활약상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익명에 숨어 저열한 비난을 내뱉는 그들의 행동은 비겁하기 그지없다.

  3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광주에선 5월만 되면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향냄새가 진동한다. 살아서는 군부세력의 폭력에 짓밟히고 죽어서는 후손들에게 조차 비웃음 당하는 5·18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운명은 얼마나 기구한가.

  ‘일간베스트’의 회원들은 이것하나 만큼은 명심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민주화’라는 단어를 마음껏 조롱할수 있는 자유는 선대들의 ‘민주화’ 운동을 통해 얻어졌다는 것 말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절,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그들이 흘린 숭고한 피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5월의 화창한 봄날, 과연 하늘에 계신 5·18의 희생자 분들은 지금의 작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그들의 희생을 떠올릴수록 지금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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