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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로 향하는 통로가 막히고 있다"
"통일로 향하는 통로가 막히고 있다"
  • 조유미 기자
  • 승인 2013.05.19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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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인터뷰

개성공단이 사실상 잠정 폐쇄됐다. 4월 3일부터 시작된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 미수금 문제 등의 실무협의가 타결됨에 따라 한 달 째인 3일 남측 최종 잔류인원 7명이 모두 귀환하며 일단락 됐다. 개성공단 사태는 남북관계에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대처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당선 후 첫 관문이자 향후 5년 동안의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주요 사건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만나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개성공단 사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정부가 4월 26일 개성공단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개성공단에 인원을 남겨 뒀으면 이를 근거로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남아있던 인원을 철수시킨 이유에 대해 ‘개성공단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먹을 게 없어 쑥을 뜯어 먹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개성공단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옆에는 삼봉천이라는 하천이 있는데 봄이 되면 이 근처에 쑥이 흐드러지게 핀다. 공단 운영이 중단돼 할 일이 없었던 175명이 쑥을 캐러 갔는데 보수 언론들이 ‘먹을 게 없어 쑥을 뜯어먹고 산다’는 식의 기사를 낸 것이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당연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근거가 되는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아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  북한과 경제적 협력을 맺을 때 이점이 뭔가
“북한의 저렴한 토지와 노동력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을 투입하면 우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원래 계획대로 완성되고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해주와 원산에 만들어지면 청년실업문제도 해결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북한과 경제적 협력이 긴밀해 지면 대한민국은 섬 경제가 아닌 북방경제 시대가 된다. 일본을 능가하는 거대한 경제권이 형성될 것이다”

- 개성공단만의 상징적 가치가 있다면
“독일 통일정책 설계사인 에건 바르 박사는 ‘개성공단은 단순한 공단이 아니라 한국형 통일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중간에 경제적 통일이 올 것이고 마침내 통일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개성공단은 통일로 향하는 통로고 창이다”

- 우리가 북한과 지속적인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이 핵을 개발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남한이 북한과 아무런 대화를 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했을 때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는 남한이다. 그런데 왜 한미동맹만을 바라보며 미국이 북한과 남한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나. 한미동맹만으로는 한반도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통일부 장관 재직 시 초기 미국에서는 개성공단 운영을 반대했다. 미국이 태도를 바꿔 개성공단 운영에 동의한 이유는
“개성공단의 군사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북한 땅에 직접 들어가 우리가 공장을 지을 경우 북한의 이상 징후를 알아내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통일부 장관이 되고 미국 국방부장관 럼스펠드를 만나 이를 설명했고 미국은 동의했다. 실제로 개성에 있던 포병 여단은 개성공단을 위해 몇 km 뒤로 물러났다”

- 최근 강연에서 개성공단과 북핵 문제는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 말했다
“2005년 9.19 베이징공동성명에서 북한이 핵 포기 선언을 한 이유 중 하나는 2004년 개성공단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당시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을 약속하면서 북한은 남한과 협력해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해소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에 핵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두 약속이 깨지고 핵을 무기로 미국을 위협하지 않으면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다시 한 번 핵 실험을 강행했다. 현재 남북 대화와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완전히 닫혔는데 북이 핵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다”

- 7일 열린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제시된 내용은 진전된 논의 없이 북한에 대한 두 나라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가깝다는 비판이 있는데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뭔가를 하겠다는 논의가 없었다. 북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처하겠으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두겠다는 태도는 지나치게 수동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날 미국 대외정책의 실무 책임자인 미국 국무장관 존 캐리가 러시아로 출국했다. 정상회담을 하는데 북핵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룰 책임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나.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 미국을 설득하고 합의 했어야 했다”

-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추측한다면
“통일을 하기에 시간이 많진 않다. 한반도는 강국들로 둘러싸인 지정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 지금은 압도적인 유일 패권국가였던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중국이라는 아시아 지역의 신흥 거대강국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G2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 상황이 통일을 이륙하기에 매우 유리한 국면이다. 어느 한쪽이 패권을 쥐게 되고 통일이 그 국가의 국익에 반한다면 통일은 굉장히 힘들어 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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