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열풍과 대표되는 K-POP의 해외진출, 수십억 원의 판권을 받고 수출하는 한국드라마 등 어느 때보다 한국문화산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이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청장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장관까지 국내 문화정책을 관장하고 학교로 돌아온 최광식(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를 만나 ‘문화선진국 대한민국’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박근혜 정부는 국정기조 중 하나로 ‘문화융성’을 들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진국으로 가는 기로에 서 있다. 경제성장만으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문화가 필요하다. 영국은 10여 년 전부터 ‘Creative Britain’을 기치로 내걸며 1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까지 올렸다. 우리나라도 제도와 예산을 2차 산업 중심에서 문화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장관 재직하며 문화예산을 전체예산의 1.2%까지 올렸다. OECD평균이 2.0%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동안 2.0%까지 관련 예산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 구체적인 방법론은 무엇인가
“문화의 생활화가 중요하다. ‘의식주’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 과거 일본의 일류(日流)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일류는 시들해졌지만 일식(日食)은 살아남아 여전히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외국인이 K-POP공연을 일 년에 몇 번이나 보겠나. 늘 우리 곁에 있는 의식주를 공략해야 한다.

‘이벤트’ 역시 중요한 문화 수출의 매개다. 마이스(MICE) 산업에 문화를 입히자는 거다.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G20정상회의, 핵안보 정상회의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했다. 콘크리트, 철근, 유리만 보이는 코엑스에서 개최했다면, 아무도 이 곳이 서울인지 몰랐을 거다”

- 최근 출간한 저서 <한류로드>에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을 많이 썼다.
“사자성어라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 있지만, 전통과 현대가 정반합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드라마 건 K-POP이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문화 상품은 우리 전통의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장금>, <강남스타일>이 대표적이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것을 소재로 남이 하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 서구문화강국은 풍성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전통 문화가 세계무대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 백제의금동 대향로, 신라 금관은 그리스 로마 유물에 뒤지지 않는다.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는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 역시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충분하다. 서구문화유산은 패션, 영화 등의 소재로 이미 많이 이용됐다. 그야말로 ‘노다지’인 우리 고대문화는 새로운 부가가치산업의 소재이자 모티프로써 굉장한 경쟁력이 있다”

- 지난해 우리나라는 문화·오락·서비스 분야의 첫 경상수지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제조업을 수출하는 국가는 100여 국이 넘지만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는 8개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이다. 세계2위 경제대국인 중국도 제외된다. 재미있는 건, 본교 문과대학에 이 국가들의 언어가 다 있다. 본교생은 국제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다”   

- 장관 재직 당시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성과가 있다. 국내문화의 수출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보는 한국문화도 중요하다.
“외국인에게 택시기사들이 바가지요금을 매긴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 관광객인 척 택시를 타봤다. 정말 바가지를 씌우더라. 조선족 가이드가 우리 문화를 잘못 설명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각한 문제다. 현재 정부에서 관광분야의 인력을 육성하고 관광분야 자격증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인력의 확충이 중요하다. 그러나 외국어에 능통하고 역사 지식이 있는 인력은 관광 가이드에 지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문과 학생이 대 중국인 관광 가이드 직종에 눈을 돌리도록 관광을 유망산업직종으로 육성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 우리나라는 언제쯤 문화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개발도상국으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의 문화선진국으로의 도약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특히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개·폐막식에 우리의 문화역량을 잘 녹여내야 한다”

- 대한민국 한류 전도사의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소녀시대, 원더걸스는 몸짱, 얼짱이다. 그러나 정작 세계무대에서 성공한 것은 조선무를 빼닮은 싸이가 아닌가. 소녀시대 원더걸스는 바비인형이 되려 했던 ‘패스트팔로어’지만 싸이는 한국적인 것을 가진 ‘퍼스트무버’다. 현대적인 것을 두루 익히되 한국적인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

☞ 마이스(MICE) 산업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박람전시회(Events & Exhibition)를 융합한 새로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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