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2005년 관광객의 2배 가까운 것으로 그 증가율 또한 가파른 편이다. 이에 한국은 세계인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역사적 유물 및 전통을 관광의 주력 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1987년 서울시가 인사동을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하는 등 국가적으로 꾸준히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세계인에게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관광상품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역사·문화 유적 관광은 뒷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2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선택한 고려 요인’으로 ‘쇼핑’이 가장 높았다. 이어서 △음식·미식 탐방 △자연풍경 △역사·문화 유적 순이었다. 한국 여행 중 주요 방문지로는 명동(61.5%), 동대문시장(49.0%)이며 고궁은 32.3%에 머물렀다. 2012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인 니콜라스(Nicolas) 씨는 “한국에 관광 온 이유는 생동감이 넘치고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쇼핑 문화 등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역사·문화 유적지를 관광하러 오기보다는 쇼핑 및 놀거리 문화에 만족하는 경향이 많았다. 본교 교환학생인 요시미(Yoshimi, 자유전공11) 씨는 “화장품 팩을 명동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에서 하는 쇼핑은 대부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통문화가 외국인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로 그동안 전통문화산업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조사나 실태파악이 미흡해 새로운 전통문화정책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지목된다. 전례답습적인 정책과 사업이 관성적으로 추진되는 현실이다. 토니(Tony, 경영대 경영12) 씨는 “북촌 한옥 마을을 가더라도 한옥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문화상품이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통문화산업을 생활 속에 접목시키고 소비자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육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대문구 지역 축제에 참여했던 코지(Koji, 정경대 경제11) 씨는 “축제에 간 이유는 한국적인 것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다”며 “그런데 축제가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문화가 녹아있지 않고 꾸며진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최장헌 사무관은 “외국인이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수익성 측면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통문화상품 개발을 위해선

김백영(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의 전통문화상품은 고유의 지역성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비판 했다. 파티마(Fatima, 국제학부11) 씨는 “전통 명소를 가더라도 미국에서 봤던 홍보 광고에 비해서 과장된 느낌을 받았다”며 “주변과 조화가 잘 되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광화문 시청 앞 광장’을 사례로 들며 “광화문 광장은600년 역사를 지닌 서울의 중심거리 세종로를 중심으로 한 광장으로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같은 공간”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광장은 마치 도로 위의 섬처럼 단순히 고립된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가주도 일색의 전통문화상품개발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관광상품 개발을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화에 있어 아직 후진성을 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의 경우 폐허가 된 고가철로 ‘하이 라인’을 공원화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뉴욕시는 비영리단체 ‘하이 라인의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의 제안을 토대로 기존 철로의 골격을 그대로 두며 주변과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문화공간을 정부가 마음대로 꾸미는 것이 아닌 시민들의 프로젝트로 실행한 것이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곽노완 교수는 “전통 문화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선 시민들을 참여시키면서 공동체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 문화요소를 기반으로 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통문화를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유후인 마을은 200~300년 된 고가(古家)들만 있는 농촌이었다. 그러나 현재 관광산업의 중심지로서 연간 4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지로 바뀌었다. 일본 농가의 생활풍습과 민예품 제조과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했기 때문이다. 곽노완 교수는 “오스트리아의 빈에 있는 시청 앞 광장은 무료로 콘서트가 열리고 영화 상영을 해준다”며 “전통 문화 공간은 문화의 공간으로서 관광객들의 참여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