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지완 문과대 교수 서어서문학과
  캠퍼스를 거닐다보면 어디서인가 불쑥불쑥 나타나 도(道)를 아십니까하고 묻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특정종교를 포교하기위해 교정에 나타난 이들이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모습이 잘 안 보이고 있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이전만큼 종교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일것이다.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실제로 요즘 사람들은 형이상학적인 문제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몸과 마음을 집중하고 있다. 혹여 형이상학이나 종교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힐링처럼 또다시 현실로 복귀하여 더 잘 살기 위한 충전소일 뿐이다. 정통종교이건 사이비종교이건 종교는 모두 도(道)를 가르치는 종교이다. 특정종교와 연관을 짓지 않고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들이 던지는 질문만큼은 매우 심오할 뿐 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너무나 중요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길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외친다. 도(道)를 아십니까, 당신은 도(道)를 아십니까? 한자어 도(道)의 뜻은 길이다. 이들은 우리가 특정한 장소에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하여 정신없이 길을 가고 있을 때 불현듯 나타나 길을 아느냐, 진정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질문은 모든 인간 행위에 소중한 화두가 될 수 있다.

  기실 대학에서 추구하는 학문과 지식이 그 이름에 걸맞게 절대적으로 크고 높은 것이라면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절대적 지혜의 길을 깨닫고 그 길을 따라 나아감으로서 개인의 행복뿐 만 아니라 최고의 선인 인류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학은 스스로 대학의 길을 잘알고 있는 가,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가, 진정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가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교정이 없이 교수들에게는 외국어강의, 논문편수 증대와 연구비수주를, 학생들에게는 학문과는 상관없는 스펙쌓기와 취업이라는 양적인 성과를 독려하며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바른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채 무조건 달리다보면 그 길의 과정과 결말은 보장할 수가 없다.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저속력(低速力)이며 절대적인 학문으로서 과거의 산물을 오래된 기계처럼 용도폐기하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는 자는 설령 사유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정적인 상태에서만큼 멀리 깊고 넓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가 없다.

  매우 오래전부터 대학 축제가 각과의 아카데믹한 전공축제가 아니라 전교생이 마치 졸업 후 전원 유흥업소를 차릴 기세로 모든 과가경쟁적으로 술병과 안주를 나르며요리하고 주점을 차리고 밤새 술판을 벌이고 있는데 이 모습을 아무도 염려하지 않으며, 심지어 대학생들조차도 축제기간 중 최대의 관심이 유명연예인이 출연한다는 입실렌티의 표구하기가 되었다. 대학축제의 수준이 점점 저하되어가는 데도 대학당국과 사회는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 지 관심이 없거나 심지어는 그것이 대학문화이며 축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이 추구해야 할 참된길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 없거나 대학에서 인생의 길을 찾으러 온 학생들에게 참된 길을 제시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모든 대학들이 글로벌리더 양성을 꿈꾼다.그러나 현재 우리는 지금까지 국내 최고의 상아탑을 거쳐 간 사람들이 어처구니없거나 불미스런 사건들로 국내외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인문학에서조차 양적 성과만을 채찍질하는 분위기에서는 수 천 년은 커녕 당대라도 영향을 끼칠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인문 서적 한 권 나오기도 어렵다.

 지난 축제 기간 동안 학생들을 바라보며 우울한 한 주를 보냈던 나는 이제 캠퍼스 곳곳에서 절박한 유령처럼 빠르고 위협적으로 불쑥불쑥 나타나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부여잡고 묻고 싶다. 도를 아십니까? 인문학의 도는 아십니까? 대학의 도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가는 그 길이 진짜 사람이 되는 참된 길인가요? 제발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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