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중학생이 중2병에 걸린다면, 새내기도 아니고 졸업반도 아닌 대학교 3학년은 일명 ‘대3병(?)’에 걸리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진 않았다. 그러면서도 취업의 문 앞에서 어디를 두드릴지 고민하는 방황의 시기를 겪고 있다. 머지않아 졸업을 한다는 압박감에 어떤 직장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며 적성과 전공을 우선에 두지는 않는다. 어떤 직장이 미래의 내 삶을 안정되게 만들까, 또 빠르면서도 쉽게 취업가능한 직장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요즘이다.

  지난주 한 언론사에서 대학교 학보사 편집장들을 위한 행사를 마련해 참석했다. 각 대학의 학보사 기자들이 참석한 행사는 현역 기자들의 생생한 조언과 함께 나름 알찬 순서로 진행됐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일정은 ‘선배(현직 기자)와의 대화’로 마무리됐다. 2011년도에 입사했다는 현직 기자들은 갓 대학을 졸업해 사회로 나간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기자로서의 보람과 재미난 에피소드에 기자란 직업의 매력이 다시금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은 무엇인가로 인해 괜히 조급해졌다. ‘같은 꿈을 먼저 이룬’ 부러움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졸업해 남들이 인정하는 직장에 취업한 부러움이 마음속에 가득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날 지원자 인사를 담당하는 한 인사팀장은 무엇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나는 질문에 ‘열정과 실력만 있으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비결을 듣고 싶었던 내게 그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열정과 실력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 어딨겠어’라는 건방진 생각에서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대입을 준비하던 고3 시절을 다시 겪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입을 준비하며 내 실력보다 ‘학과 경쟁률’이, 지망 학과와 전혀 상관없는 ‘생활기록부의 몇 줄’이 대입 합격을 판가름 낼 거라 믿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3학년이라는 학년에 급급해 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에 쫓기다 나 자신을 바라볼 시간도 놓쳐서는 안 된다. 연봉과 명성이 아닌 나의 목표를 달성할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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