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술 주) 店(가게 점). 술과 함께 축제의 밤을 밝히는 대학 주점이 과음에 대한 우려로 단순한 술판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 주점은 단순히 술을 마시기위한 공간이기보다 대학의 구성원이 서로 친목을 다지는 화합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대동제를 뒤돌아보며 주점의 의미를 짚어보았다.

대동제(大同祭) 주점, 크게 하나 되는 ‘공간’
본교 학내 대다수 구성원들은 주점이 ‘화합’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특히 입학한지 두어 달 지난 새내기들에게는 주점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21일 민주광장 내 치기공학과 주점에서 주문받은 요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권민지(보과대 치기공13) 씨에게 말을 걸었다. 민지 씨는 “3~4일전부터 주점을 함께 준비하면서 아직 서먹했던 동기와 친해질 수 있었다”며 “준비가 힘들긴 했지만 동기애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온 후 만날 기회가 자주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또다른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올해 동양사반 주점에서 회계를 맡았다는 서정수(문과대 사학13) 씨는 멀리서 온 친구들을 맞으며 돈관리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정수 씨는 “주점이라는 한 공간안에서 우리가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양사반 주점을 총괄한 동양사반 학생회장 김현겸(문과대 사학12) 씨에게 주점의 의미를 물었다. 현겸 씨는 “많은 일을 함께 하면서 동기들끼리 끈끈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는 특히 외부 손님들이 많아 과반구성원과 각자 친구들간의 관계가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현겸 씨는 “2학년이 되어서 동기들 모두 다들 바쁘고 얼굴보기 힘들어지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가 바로 주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부스에서 만난 이규빈(문과대 철학12) 씨도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도 주점을 이유로 다같이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캠퍼스 내 주점행사는 대학생들에게 축제의 일원으로서 주체적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신선용(문과대 철학13) 씨는 “고등학생 때는 축제 때 공연만 구경하고 끝났는데 대학에 와서는 2~3일 전부터 박스로 상을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추진하며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이에 대해 봉미미(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신입생 세미나 때 새내기 학생들이 최대의 관심사가 대동제이며 그 중에서도 주점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답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점은 새내기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봉 교수는 학부생·대학원생과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번 교육학과 주점을 방문했다. 주점에서는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은 진로 고민과 경험담을 스스럼 없이 털어놓고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후배에게 학과의 목표와 비전을 소개하기도 한다. 봉 교수는 “재학생 선후배, 졸업생, 교수가 격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동제 주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바라본 캠퍼스 주점 문화
외국인에게는 캠퍼스 곳곳에 천막을 치고 손님을 맞는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미국 대학생의 봄 축제는 중간고사 후 일주일 간 진행되는 ‘봄방학(Spring Break)’인데, 학생들은 주로 이 기간 동안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파티를 하고 술을 마신다. 대학원 조교인 아르마나(Armana) 씨는 “한국의 대학에서 열리는 주점은 학생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다. 아카데믹 잉글리시(Academic English)를 강의하는 피터 싱클레어(Peter Sinclair) 씨는 “주점은 한국 학생들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축제”라며 “사회적으로 유대감과 소통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클레어 씨는 “해마다 어린 딸과 함께 주점에 참석하는데 딸도 대학생들과 화기애애하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성인으로서 책임감있는 행동해야
주점이 의미있는 행사임에도 그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무절제한 음주’로 인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부터다. 매년 입학철이면 새내기가 과음으로 인해 목숨까지 잃는 안전사고가 빠지지 않고 주폭(酒暴) 관련 뉴스도 끊이지 않는다. 대학생의 음주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통제로 바뀌어 올해 몇몇 대학에서는 주점에 술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대다수 본교 교수는 대학생의 음주 문제에 대해 ‘절제할 줄만 알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봉 교수는 “만취한 상황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게 돼 성추행이나 고성방가, 폭행 등 사고를 저지를 수 있다”며 “캠퍼스내 주점행사에서 주류 반입을 금하려는 이유에 대해 학생 스스로 한번쯤은 깊은 고민을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신재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술마신 다음날 취해서 수업에 안들어오는 등 학업에 방해가 될만큼 마시는 것도 성인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행히도 요즘 학생들은 예전보다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는 것 같고 스스로도 주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동제에서 열리는 행사는 참여하는 이가 하나됨을 느껴야 의미있는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주점 행사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협동으로 하나됨(大同)을 느낄 때 비로소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 대학 문화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