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랑 같이 사진 찍고 저희 반 주점에 오시면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지난 목요일 오후 1시, 정대 후문에서 왁자지껄한 홍보가 한창이다. 빨간 티셔츠, 짙은 선글라스, 그리고 손에 든 알록달록한 피켓까지, 대동제 기간이면 학교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대동제 기간 동안 캠퍼스 곳곳은 주점이 열리는 천막으로 가득 찬다. 주점이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저녁, 천막 안을 들여다보니 자신을 찾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이하는 학생들의 모습, 살짝 오른 취기에 박장대소 하는 학생, 천막 한쪽에서 손님에게 서빙할 음식을 준비하는 새내기들의 분주한 모습들로 정신이 없다. 여러 사람들이 어지럽게 벗어 놓은 수많은 신발을 지나쳐 주점 안으로 들어가니 종이 박스로 만든 간이 테이블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그리고 천막에 매달아 놓은 수제 메뉴판을 보고 안주를 고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는 “천원에 한 판 하세요”하며 주점 손님들에게 제비뽑기를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유진(문과대 국제어문13) 씨는 “100개의 제비뽑기 속에는 합석, 공짜 안주, 술 서비스 등이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며 “합석 제비를 뽑길 원했는데 공짜 안주가 나와서 아쉬웠다(웃음)”고 말했다.

  22일, 7시부터 대강당 앞 공터를 비롯해서 민주광장, 애기능 학관 앞까지 수많은 천막들이 쳐졌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주점엔 본교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찾아온 학생들,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교수님도 볼 수 있었다.

  김민석(정경대 행정13) 씨는 “아카데믹 잉글리시(Academic English)를 담당하는 실베스터(Sylvestre) 교수님이 직접 주점에 오셨다”며 “수업이 아닌 자리에서 교수님을 뵈니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격의 일문’ 주점에서 서빙을 하던 박호성(문과대 일문13) 씨는 “주점한다는 소식에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오랜만에 찾아왔다”며 “요즘 과제 때문에 바쁠 텐데 와줘서 반갑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주점 수익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주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총학생회에서 주최한 ‘어머니의 손맛 식당’은 미화노조 어머님이 직접 만든 다양한 식사와 안주를 판매를 통해 얻은 주점 수익 전액을 고려대학교 미화노조에 기부할 예정이다. 주점을 기획한 이기용(정통대 컴퓨터통신09) 씨는 “많은 학우 분들이 음식을 맛있고 싸게 먹을 수 있었고, 행사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수익을 좋은 일에 쓴다는 생각에 더 뿌듯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주점은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교외 사람들까지 아우르는 화합의 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흡한 뒤처리와 잘못된 음주관행, 면학분위기 조성 방해 등의 이유로 주점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김고은(문과대 영어영문학과 12) 씨는 “대학생들만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 주점이 비판받는다고 생각하니 아쉽다”며 “올바른 음주문화와 안전 문제 해결만 전제된다면 주점 문화는 대학생들만의 색다른 문화로 인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초년생인 대학생들이 서투른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기대된다.

박현범, 이다아, 정지혜 수습기자 news@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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