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커뮤니티인 ‘스펙업(SPEC UP)’에 서포터즈 모집 명목으로 게시된 게시물은 △2009년 675건 △2010년 1005건 △2011년 1770건 △2012년 2565건 △2013년 5월 22일 기준 1 635여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턴이 기업에 출근해 실무 위주의 경험을 쌓는다면 서포터즈나 기자단은 주로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기업 홍보와 아이디어 제시를 한다.

  대학생들은 △기업 업무에 대한 호기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경험 축적 △무료 체험 등 실질적 혜택 △취업을 위한 스펙 등의 이유로 서포터즈 활동에 지원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한난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원(문과대 영문11) 씨는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은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몰라 홍보대사 활동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런 바람과 달리 많은 기업‧단체는 서포터즈 운용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일각에선 돈을 주고 ‘알바’를 고용하며 하던 행위를 보기 좋게 포장했을 뿐이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체계적이지 못한 활동 프로그램
온라인 상에 게시되는 모집 포스터 활동 내용 부분에는 서포터즈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활동 내용이 모호하게 기재돼 있으면 지원자와 기업의 업무 이해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아예 활동 내용 부문이 포스터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한국능률협회 대학생 서포터즈 모집 포스터에는 활동 혜택만 기재돼 있을 뿐 내용 부문이 기재돼 있지 않다. 한국능률협회 담당자는 “활동 혜택에 나와 있는 ‘KMA 리더스 모닝 포럼 6회 무료 참가’가 주된 활동 내용이며 추가로 팀별로 주어지는 과제가 있다”며 “모집 대상에 ‘UCC 제작이나 SNS 활동에 능한 자’라고 기재했기에 서포터즈가 어떤 일을 하는지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업은 서포터즈 활동 혜택으로 ‘콘텐츠 제작 방법과 마케팅 교육’, ‘기사 작성 특강’, ‘분야별 전문가를 통한 교육 지원’ 등을 포스터에 기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활동을 시작하면 교육이나 강연을 받을 기회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있는 교육도 블로그 홍보를 위한 콘텐츠 제작 방법이나 특정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 오는 등 홍보를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기업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관심이 있어 지원한 대학생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DOOTA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형(문과대 영문10) 씨는 “특별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실질적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호(문과대 불문12) 씨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기업에서 던져 주는 내용들을 짜 맞추기 해 복사 붙여넣기 하는 작업인 줄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대와의 괴리감을 줄이도록 않도록 모집 포스터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유명 취업정보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몇십개의 서포터즈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

서포터즈 관리, 외주에 맡기기도
기업의 서포터즈는 특정 부서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담당 부서의 인력이나 서포터즈 운영 능력이 부족하면 홍보대행업체(PR회사)에 업무를 맡긴다. 기업 특성과 지원자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PR회사가 서포터즈를 운영할 경우 지원자들은 일방적으로 어려운 과제나 무리한 일정을 요구받기도 한다. 성과 위주의 PR회사가 기업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들에게 결과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PR회사를 이용할 경우 포스터에 홍보한 활동 혜택과 실제 혜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김상언(경영대 경영07) 씨는 “활동이 끝나고 우수 성적 팀을 선정해 상금과 인턴 지원 시 특혜를 준다고 했는데 초기 말했던 상금의 액수와 다르고 특혜를 주겠다는 말도 없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생명나눔플랜터즈 등 1998년부터 100개 이상 기업의 마케팅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마우스닷컴 브레인리그팀 김승겸 차장은 “외주를 부탁한 업체에서 단기간동안 많은 양의 게시물을 올릴 것을 요구한다”며 “활동 주체인 대학생에게 스스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인지 기획하게 하고 그 안에서 기업의 색이 묻어나게 조정해야 기업과 학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왜 서포터즈를 쓰는가
기업이 돈을 주고 고용하는 ‘알바’보다 대학생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대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블로그 운영에 익숙한 ‘파워블로거’들은 쉽게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장혁(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돈을 주고 트위터리안이나 블로거와 계약을 할 경우 단기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지만 대학생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그 기업에 관심이 있고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원해 장기적인 홍보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체 홍보를 할 경우 소비자들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또 직접 홍보를 위해서 필요한 기업 팔로우가 서포터즈를 활용하는 것만큼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문제는 기업이 서포터즈에게 일방적인 홍보 활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이런 행위가 반복될 경우 오히려 기업이 원하는 홍보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알바’를 고용했을 때와 비교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대학생 서포터즈를 통한 홍보의 이점은 순수한 의도와 진솔함이 글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퍼다 나르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업에 반감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대학생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기업에 한해 활동하면 조금이나마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취업을 염두에 두고 억지로 활동하다 다른 기업의 활동을 맡게 되면 SNS내 일관성이 없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채서일(경영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걸 얼마나 열정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느냐를 본다”며 “중소기업이나 NGO라고 좋으니 스펙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칸이 아니라 실력을 채워야
김미경(문과대 영문11) 씨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력서에 외부 활동 경험이 5개 정도는 쓰여 있어야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며 “기업에서 일일이 확인할 것도 아닌데 없는 것 보다 낫지 않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 인사팀 직원 김홍수 씨는 “서류 전형에서 몇 개의 서포터즈 활동을 했느냐는 전혀 보지 않는다”라며 “자기소개서에서 그런 활동을 통해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서술한다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력서 빈칸 채우기’식의 활동은 스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당수의 서포터즈 활동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운영되지 않는다는 건 기업 측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경험을 쌓기 위해 활동을 했는지 단순 스펙을 쌓기 위해 활동을 했는지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금방 티가 난다”며 “유명한 몇 단체를 빼면 나머지 단체들은 서포터즈 명목으로 SNS에 퍼다 나르기 식 활동만 시키지 않냐”고 말했다. LG화학의 인사채용담당자 또한 “서포터즈 활동이 참고 사항이 될 순 있겠지만 SNS를 통한 특정 기업에 대한 홍보나 지지는 사실상 업무와 무관하기 때문에 채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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