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초부턴가 본관 앞에서 진기한 풍경을 연출해내던 텐트는 몇 달 전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주광장을 지나면서 이제 학생들이 삼삼오오 텐트 안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도 있게 됐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김영곤 전 본교강사의 농성이 2년 가까이 지속되는 데에는 이와 같은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들 학생들은 텐트 농성뿐 아니라 교내 미화노조 농성 등 교내 노동자들이 벌이는 농성의 단골 참가자다. 취재기자인 나와는 안면까지 생겼다. 때로는 교외의 농성 현장에까지 나가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회의적인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그들은 왜 이런 농성을 지지 하는가’, ‘우리는 이들과 다르다...’

  그들에게 보내는 비정한 시선은 아마도 ‘나는 골리앗의 범주에 속해있다’는 우월의식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뿌리를 찾을 수 없는 그 우월감은 나를 미묘한 자족감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나는 과연 골리앗인가? 나는 선민(選民)이 될 수 있나?

  선민(選民)이라면 마땅히 선택된 사람으로서 명분을 가져야 할 테다. 그런데 우습게도 최근 나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다. 여유시간마다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최대로 스펙을 쌓나’, ‘어느 기업이 복지는 좋되 임금은 높나’하는 류의, 지극히 소시민적인 계산에 몰두하는 중이다.

  이 둘의 간극사이에서 나는 아직 어느 한 쪽의 손도 들어주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나의 소시민적 삶에서 이 우월감이 자기만족을 위한 일종의 피난처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고, 또한 우리 사회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또 다시 이기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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