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교육학의 세계적 권위자 다니엘 앤서리(Daniel Ansari) 교수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육성파일을 통해 강연이 진행됐다. 80여명의 교수와 연구자들로 가득 찬 회의장은 숨소리마저 들릴만큼 진지했다. 앤서리 교수는 먼저 신경교육학(Neuroeducation)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신경교육학은 일상의 학습 경험이 뇌의 기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해명하고 나아가 그 결과가 학습 환경에서 개인차로 이어지는 과정을 연구한다. 앤서리 교수는 “신경교육학은 뇌의 기능과 발달에 대한 새로운 식견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숫자 계산과 뇌의 작용
앤서리 교수는 간단한 숫자를 셈할 때 뇌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설명했다. 최근 fMRI(자기공명영상) 연구는 성인의 뇌에서 좌측두정엽 피질이 숫자를 다루는 정신작용과 깊이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앤서리 교수는 뇌 발달에 따른 숫자 계산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은 두 가지 과제로 구성된다. 하나는 30초 동안 ‘6-2=4’등 간단한 사칙연산을 여러 개 보고 결과가 맞으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섯 개의 숫자 중 ‘0’이 포함 되어 있으면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연령이 다양한 사람이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뇌의 활동을 보면 나이에 따라 활성화되는 부분과 비활성화되는 부분이 각각 다르다. 또한 숫자 계산을 꾸준히 연습시키면 뇌 반응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앤서리 교수는 “발달과 학습은 좌반구의 점진적 분화(gradual specialization)와 전두엽, 두정엽의 감퇴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의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의 뇌가 전략적(strategic)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제 해결 상황에 부딪혔을 때 문제를 100% 재생(再生)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의 3분의 2는 이미 체득된 자연스런 절차(procedural)에 의해 풀린다. 이렇듯 뇌가 ‘재생’과 ‘절차’라는 두 가지 방법을 조합해 문제를 풀기 때문에 발달과 학습에 따라 뇌의 작용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셈 못하는 아이의 뇌 작용
다음으로 앤서리 교수는 셈을 잘 못하는 아이(low achivers)의 뇌 활성에 주목했다. 그는 “셈을 못하는 학습자는 비효율적인 산수 전략을 취하고 제시된 숫자를 부호화하는 과정이 부족하며 수학적 사실을 계속해서 재생하는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징은 뇌의 작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신경교육학을 통해 이런 현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뇌의 사진’만 보고도 학습자가 셈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 구분할 수 있다. 2011년 앤서리 교수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과제의 난이도는 낮은 수준의 학습자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 실험에서는 10명의 평범한 학습자와 8명의 낮은 수준 학습자에게 쉬운 산수와 어려운 산수 문제를 제시한다. 결과를 살펴보면 평범한 학습자는 두 문제의 표준점수가 약 0.4 차이가 나는 반면 낮은 수준의 학습자는 0.1 이하의 차이를 보였다.

  앤서리 교수는 셈에서 오류가 발생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한 결과도 소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수학적 오류에 반응한다. 그는 “계산 할 때 실수하는 것은 자연스런 행동이지만, 그 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류가 발생할 때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뇌의 다른 영역이 활성화되는데, 이후 학습자가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개인차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이는 학습자의 행동에 따라 뇌의 작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앤서리 교수의 연구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뇌의 작용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뇌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학습자의 능동성 또한 강조한다는 점에서 교육 현장에 시사 하는 바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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