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듯한 음악이 흐르자 관객들은 긴장의 촉을 세우고 어디서 엄습할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불확실한 대상이 등장하는 곳은 무대가 될 수도, 관객의 등 뒤가 될 수도 있다. 관객의 등골에 서늘한 입김을 불어 넣는 ‘공포 연극’에 대해 음향 효과를 중심으로 조명했다.

장면에 꼭 맞는 음향 효과
공포연극에 사용되는 음향 효과는 상황에 맞는 이미지를 표현해내기 위해 직접 소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극에서 천둥소리가 필요한 경우, 물을 많이 머금은 천둥소리와 건조한 천둥소리가 서로 달라 필요에 따라 소리를 따로 구한다. 전문가들은 신시사이저(Synthesizer)가 기본적인 장치로 이용되며 기계를 통해 온갖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신이 등장할 때 사용되는 효과음은 으스스하고 기괴한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음정의 ‘불협화음’으로 이뤄져 있다.

  ‘불협화음’이란 서로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는 ‘협화음’과 달리 듣는 이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음과 고음을 극단적으로 사용하여 짜증을 유발하는 효과를 꾀하기도 한다. 저음을 내보내다가 찌르는 듯한 고음을 확 삽입하면 갑작스런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박자 또한 4분의 7박자나 8분의 3박자 등 엇박으로 균형감이 없다. 연극 <흉터>의 음향을 제작한 이재진 음향감독은 “멜로디에 불협화음을 하나씩 추가할수록 기분 나빠지는 느낌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소리를 무대에서 직접 표현하기도 한다. <두 여자>의 음향감독 박한경은 씨는 “칼을 들고 다가가다가 무대 조명이 꺼진 가운데 살해하는 장면에서 피 튀기는 소리를 직접 내기 위해 객석에서 물을 직접 뿌렸다”고 말했다. 배우가 무대에서 지르는 비명도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연극 <몽타주>에서는 극중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 인물인 ‘윗층 여자’가 살해당할 때 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여자 스태프가 직접 소리내기도 했다.

  제한된 공간에 의한 한계는 소리를 통해 극복되기도 한다. 귀신이 순식간에 무대 앞에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장면은 배우의 빠른 몸짓과 함께 메아리효과로 극복한다. <오래된 아이> 음향감독 기태양 씨는 “‘리버브’라는 메아리 효과를 이용해 앞으로 갑자기 다가오거나 뒤로 사라지는 것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침묵이 음향효과의 한 요소로 사용될 때도 있다. 이때 침묵을 기초로 한 진동이나 특정 주파수를 내보낸다. 박한경은 씨는 “공간 안에서 실제로 아무런 소리도 없으면 관객은 그 시간을 길게 느끼기 때문에 공포스럽다기보다 공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장비가 갖춰진 시설은 침묵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귀신이나 좀비 또는 범죄자인지에 따라 연극에 흐르는 음악 효과에도 차이가 생긴다. 귀신이 등장할 경우 한(恨)의 정서와 연결돼 긴장되면서도 구슬픈 멜로디의 배경음악이 사용될 경우가 많다. 박한경은 씨는 “좀비가 등장한다면 액션과 뗄 수 없으므로 빠른 음악이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 영화와는 다른 공포 연극
음향 효과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포 영화와 공포 연극 간의 두드러지는 차이는 없다. 하지만 공포연극에는 음향효과를 연기에 접목하는 과정이 달라 겪는 어려움이 있다. 영화의 경우 완성된 영상을 본 후 알맞는 음향효과를 고안한다. 반면 연극은 대본만으로 음향을 제작해야한다.

  게다가 ‘호러’의 특성상 사용되는 조명색의 종류가 다양하고 조명에 따라 배경음악이 달라 까다롭다. 조명은 조명감독이 맡아 제작하는데 공연장을 대관한 뒤에 조명작업을 한다. 비용적인 문제로 오랜 기간 대관하기 힘들어 공연 시작일 며칠 전에 대관해 단시간에 연극 막바지 작업을 하기 때문에 조명·연기와 음향효과를 맞춰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이때 뿐이다. 기태양 씨는 “약 80분 공연 동안 다른 장르의 연극에서는 효과음이 20~30개 사용되는데 공포연극은 장면이 빠르게 바뀌는 특성 탓에 효과음이 100여 개 사용된다”고 말했다.

  영화가 CG를 통해 상상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는 반면 연극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어 사용되는 효과음의 성격이 약간 다를 때도 있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칼로 살을 찌르는 소리가 연극에서 그대로 사용된다면 어색할 수 있다. 박한경은 씨는 “제작진이 아무리 꾸며도 잔인한 장면에서 살을 찌르는 시늉이 정말 찌르는 듯한 효과음과 표현되면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다”며 “차라리 실제와 약간 거리감 있는 소리를 이용해 장면과의 괴리감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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