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의 현장감은 물론 겨울 속 여인이 움직이는CG효과를 취해 긴장감을 입체적으로 끌어올리는연극 <두 여자>의 한장면
사진제공 | 극단 노는이
  조명이 모두 꺼지자 관객들은 하나둘 숨을 죽였다. 무대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긴장한 가운데 객석의 뒤에서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깜짝 놀란 관객들은 배우들이 무대로 올라간 뒤에도 등 뒤를 연신 돌아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지난 5일, 스크린으로만 보던 귀신을 직접 만나기 위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호러연극 ‘흉터’ 공연장을 찾았다. 무대 정면의 객석은 물론 공포를 실감나게 느끼기 위해 마련된 무대 옆 좌석부터 관객들은 빼곡히 앉아 오감을 곤두세웠다. 관절이 우두둑 부러지는 듯한 괴기스러운 소리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창백하고 하얀 손이 불쑥 등장하자 무대 옆 좌석에 앉은 관객이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주인공 ‘재용’이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며 배경음악의 템포가 점차 빨라지자 몇몇 관객은 귀를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숙인 채 무대로 서서히 시선을 옮긴다. 귀신이 아니고 배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분위기에 압도된 관객은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다.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뻥 터지는 굉음과 함께 살해당한 여주인공이 귀신의 모습으로 관객 앞에 돌연 튀어나오자 눌러왔던 긴장감이 폭발하며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극을 이끄는 배우는 극의 심리를 움직이는 음향효과와 단 1초의 엇박자도 허용하지 않는다. 타이밍에 맞춰 관객에게 공포감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순간순간마다 타이밍에 배우의 연기와 조명의 위치, 효과음이 하나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흉터’를 연출한 석봉준 씨는 “배우가 신호를 하면 음향·조명스태프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데 연습을 거듭해서 완벽을 기한다”고 말했다.

  대학로에서 범죄스릴러 연극 ‘몽타주’에서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인물은 연쇄살인범 ‘유홍준’이다. 맨 앞에 앉은 관객과 무릎이 닿을 듯한 거리에 서서 허리춤에 찬 가방에 담긴 망치를 만지작거리며 택배기사로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차가운 숨결이 소극장을 압도한다. 인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와 숨결에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어깨를 움츠린다. 배우들이 내는 목소리는 스피커로 나오는 음향 효과와 함께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청각적 요소다. ‘조형사’역을 맡은 배우 최영무 씨는 “정말 사람을 칠 것 같은 목소리의 톤과 떨림, 씩씩거리는 숨소리 등으로 분위기를 살린다”고 말했다.

  윗층 여자의 시끄러운 소음이 거슬려 망치를 쥐고 성큼성큼 무대에서 나간 용의자의 발소리가 관객석의 밖에서도 울리더니 이윽고 소극장의 뒤쪽 벽에서 엄청난 굉음의 망치소리가 들린다. 좌석까지 진동하게 하는 굉음에 관객은 벽에서 등을 떼고 혹여나 벽이 무너지며 갑자기 살인자가 등장하지는 않을까 숨을 죽인다. 잠잠해져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에 왼쪽 벽에서 조명과 함께 귀를 찢는 듯한 효과음 속에서 살인자가 망치를 휘두르며 튀어나오자 관객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공포연극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앞자리에 앉을수록 좋다. 음향 효과와 더불어 배우를 직접 코앞에서 마주할수록 몰입감과 공포감은 배가 된다. ‘흉터’를 관람한 소수경(사범대 수교11) 씨는 “배우의 목소리와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음량과 진동이 피부에 와 닿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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