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술이나 담배가 합법인 것처럼 해외에선 일정한 마약류는 합법이잖아요. 합법인 걸 보면 몸에 그렇게 해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만일 해외에 나간다면 경험 삼아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본교 재학생 조 모 씨의 말이다.

현재 대학생들의 ‘마약불감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해있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屬人主義) 원칙에 따라 자국민이 해외에서 저지른 범죄에도 법을 적용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재배, 소지, 판매, 사용은 모두 불법이며, 물론 처벌대상이다.

손쉽게 마약 접할 수 있는 외국
대마가 합법화 돼있거나 사용이 묵인돼 있는 지역인 미국과 네덜란드, 캐나다, 멕시코, 스페인, 독일의 일부지역 등은 본교의 학점교류대학이 위치한 곳이다.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꼽히는 인도의 몇 몇 도시에서도 대마는 합법이다.

마약 합법 지역에 위치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은 호기심에라도 마약을 접할 확률이 높아진다. 캘리포니아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A 씨는 “남학생들이 ‘마약 해봤다’고 자랑하기 위해 접하는 경우가 있다”며 “본인이 직접 마약을 구하기보단 룸메이트가 마약할 때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인도에 여행을 다녀온 B 씨 또한 “길을 지나다 보면 마약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주지해야 할 것은 마약이 한 번 접하는 것으로 끝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의 마약합법지역에서 마약을 자주 접하다보면, 국내에 와서도 마약을 쉽게 놓지 못하게 된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최재호 경감은 “마약은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하고 안하면 돼’하는 식의 마인드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학생 통해 국내 유입
해외에서 접한 마약에 의존하기 시작한 유학생들은 귀국하면서 마약을 가지고 들어오기도 한다. 한국에선 마약을 구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담뱃갑에 말아 넣어 들여오거나 허리띠에 차고 들어오는 등 다양한 수법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에 검거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법정형에 쳐해 진다. 자가소비 목적으로 소량 반입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밀반입자를 검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유학생들 사이에선 ‘입국할 때, 대마초 소지 혐의로 잡히는 경우는 정말 운이 나쁜 경우’라고 할 정도다. 이런 경로를 통해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대마초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경찰서 마약수사팀 유득선 경사는 “마약 밀반입의 형량이 크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끼리 돈을 모아 한 명이 마약을 가지러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학생 간 마약거래는 작은 집단 내에서 지인들끼리 이뤄지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 그들끼리 모여 은밀하게 마약을 한다는 점도 검거에 어려움을 준다. C 씨는 “차에서 형, 동생 하는 유학생끼리 대마초를 한다”며 “대마초 냄새가 담배 냄새와 워낙 달라서 클럽의 화장실 등에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로의 다변화 보여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한 마약거래가 증가하면서 일반인의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해외에서 굳이 유학하지 않더라도 마약을 접할 수 있는 길이 늘어난 것이다. 관세청의 2012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 발표에 따르면, 특송 화물을 이용한 개인소비목적의 소량 마약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0년 39건의 특송 적발실적이 2012년에는 84건이나 됐다. 이는 일반인들이 해외 인터넷 마약판매 사이트에서 자가소비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자료에 의하면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불법거래로 검거된 투약자의 80% 이상이 마약투약 전력이 없는 일반인이다. 실제로 구글 검색창에 마약류의 은어를 입력하기만 해도 거래 광고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유득선 경사는 “중국발 마약의 거래가 상당수”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마약거래 게시물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마약 거래는 피해를 입더라도 쉽게 신고를 못하기 때문에 사기에 악용되기도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손대지 않는 것’
스페인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D 씨는 “대마초를 피고 난 뒤 6개월 후엔 마약 성분이 체내에서 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그 기간에 맞춰 대마 흡입을 조절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선 대마초의 판매는 불법이나 개인적으로 소량 흡연하는 것은 허용된다. 최재호 경감은 이에 대해 “학생들이 흔히 소변은 5주 간, 모발은 6개월 간 마약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믿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선 아예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운 좋게 모발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검거비율이 10% 정도로 암수범죄(暗數犯罪)의 비율이 높은 마약류 범죄는 관련자 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유득선 경사는 “마약 공급책이나 관련자를 제보할 경우 죄의 형량이 줄어들기도 하기 때문에 해외 마약사범은 관련자 제보를 통해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약사범을 검거하는 것이 ‘고구마 줄기 캐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해외에서 마약을 핀 혐의로 검거되는 단순 마약사범은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지만 경찰수사 경력자료에 기록으로 남는다. 최재호 경감은 “사법처리를 받지 않는 것이지 기록에 남은 사람은 계속해서 예의주시한다”고 말했다.

경각심 가져야 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발간한 ‘2011 마약류 심각성에 관한 국민인식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 및 약물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33.2%나 된다. 한편 ‘마약류 및 약물남용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낮게 인식하는 집단’ 중 성별로는 남성이 56.7%이며 나이별로는 20대가 28.1%를 차지했다. 또한 학력이 높을수록 마약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낮게 인식하는 비중이 높았다. 취재 중에 만난 E 씨는 “한국은 서양보다 마약 문화에 관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최재호 경감은 “규제가 심하지 않은 국가라고 해서 마약의 위험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마약이 보편화된 국가는 썩은 사과 하나가 다른 사과를 썩히는 것처럼 이미 마약 단속의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일부에서 시작된 마약문화가 이제는 사회 전체에 전염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나현, 이승재 기자 news@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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