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 시행 이후- 성북구청 단속팀과 동행하다
‘금연법’ 시행 이후- 성북구청 단속팀과 동행하다
  • 박영일 기자
  • 승인 2013.07.21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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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단속에 대부분 몰랐다

   1일 국민건강증진법(금연법) 시행과 더불어 단속이 시작되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성북구 내 금연법 위반 단속을 담당하는 성북구보건소 건강증진팀이다. 인력 부족으로 3명의 인원이 행정업무를 보다가도 민원이 제기되면 즉시 출동한다. 이들은 시행 첫날부터 매일같이 성북구의 금연구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법 집행을 선도했다. 적발되는 이들의 모습은 배짱을 부리거나 욕을 하는 등 천태만상이다. 본지 기자가 16일 건강증진팀 소속 강원준 주무관, 박우근 주임, 강병주 공익근무요원과 함께 성북구 내 민원이 제기된 업소의 단속 현장을 돌아봤다. 

사진 | 송민지, 박영일 기자 kunews@kunews.ac.kr 

  오후 4시 사무실 업무를 급히 마무리한 흡연단속팀이 형광빛 녹색 단속 조끼를 서둘러 입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조끼 탓에 길거리에서 흡연 단속팀을 보면 황급히 담배를 끄는 이들도 많다. 법 시행 초기인만큼 단속팀은 단속보다는 법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에 잘 띄는 조끼도 홍보의 일환이다.

  단속 트럭을 타고 장위동 돌곶이에 위치한 한 PC방 에 도착했다. PC방 내 흡연자가 있다는 민원이 들어온 곳이었다. PC방 내부 곳곳에 붙여진 금연 스티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무관에게 적발된 흡연자 이 모(남·61세) 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이 모 씨는 피우던 담배를 종이컵에 비벼 껐다. 금연법 시행 이후 재떨이를 가게에 설치하는 것이 금지되자 이 PC방처럼 종이컵을 재떨이 대용으로 두는 곳이 많다. “몰랐는데요. 흡연석에서 (담배)피우면 괜찮은 것 아닙니까?” PC방은 ‘계도기간’이라 12월 31일까지는 흡연석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계도기간은 업주에만 적용된다. 흡연자는 흡연이 적발되면 예외 없이 1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아닙니다. 1일부터는 흡연석이라도 PC방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흡연부스나 영업 공간 밖에서만 피우셔야 합니다.”

  이 씨가 계속해서 ‘몰랐다’고 주장하는 탓에 단속이 지체되던 중 박 주임이 강 주무관에게 눈짓을 보냈다. 눈앞에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을 모르고 담뱃불을 붙이는 50대 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XX XX들, X같은 법이나 만들고 말이야…” 이번 흡연자는 단속에 아랑곳 않고 하던 게임에 열중했다. 단속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자 또다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강 주무관은 이 정도 욕설은 그나마 ‘양반’ 이라고 말했다. “제게 욕을 직접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욕설이 심할 땐 경찰까지 현장에 출동하기도 해요. 시민 입장에서는 법 집행에 항의하실 수 있으니 욕설을 개인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더 이상 흡연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PC방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 온 금연 스티커를 PC방 업주에게 건넸다. PC방 업주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도 계속 피워요. 어쩌란 말입니까?” 업주의 불만세례마저 익숙한 듯 박 주임은 그저 “이번 스티커는 과태료 안내가 함께 나와 있으니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주세요”란 말만 되풀이했다.

사진 | 송민지, 박영일 기자 kunews@kunews.ac.kr 

  다음 단속 대상은 가게가 아닌 건물 전체였다. 금연 건물로 지정된 보문동의 화진빌딩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운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5층 건물로 들어서는데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50대 남성이 슬그머니 길거리로 자리를 피했다. 건물을 단속할 땐 세 명의 단속관이 모든 사무실을 직접 돌아다니며 흡연자가 있는지 묻는다. 모든 사무실의 사람들이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한 사무실에선 담배냄새가 나는데도 “우리 업소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금연건물인 만큼 손님이 와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종암동의 한 PC방으로 이동했다. 담뱃불을 붙여 입에 갖다 대려던 한 20대 여성이 단속팀이 들어서자 종이컵에 담배를 끄고 슬그머니 모니터 뒤로 밀어 넣었다. 현장을 적발하거나 사진 등의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려운 탓에 이 같은 상황은 경고로 그친다.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남성 장 모 씨는 “몰랐다”며 놀란 기색이었다. 순순히 단속에 협조하던 장 모 씨는 과태료 금액을 묻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PC방을 나가버렸다. PC방을 나오니 운초우선교육관이 바로 보였다. “아무래도 학교 근처는 흡연자가 적은 편이죠?” 기자가 묻자 강 주무관이 “안암동 주변이 민원 제기율이 제일 높은 편입니다”라고 답했다. 민망한 마음에 “대부분 대학생이니 단속에 불복하거나 욕을 하지는 않죠?” 하고 기자가 다시 묻자 강 주무관은 웃음으로 받아넘기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 사학인데…”란 말이 ‘대학생도 욕을 한다’는 말보다 부끄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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