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민건강증진법(금연법) 시행과 더불어 단속이 시작되며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성북구 내 금연법 위반 단속을 담당하는 성북구보건소 건강증진팀이다. 인력 부족으로 3명의 인원이 행정업무를 보다가도 민원이 제기되면 즉시 출동한다. 이들은 시행 첫날부터 매일같이 성북구의 금연구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법 집행을 선도했다. 적발되는 이들의 모습은 배짱을 부리거나 욕을 하는 등 천태만상이다. 본지 기자가 16일 건강증진팀 소속 강원준 주무관, 박우근 주임, 강병주 공익근무요원과 함께 성북구 내 민원이 제기된 업소의 단속 현장을 돌아봤다.
오후 4시 사무실 업무를 급히 마무리한 흡연단속팀이 형광빛 녹색 단속 조끼를 서둘러 입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조끼 탓에 길거리에서 흡연 단속팀을 보면 황급히 담배를 끄는 이들도 많다. 법 시행 초기인만큼 단속팀은 단속보다는 법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에 잘 띄는 조끼도 홍보의 일환이다.
단속 트럭을 타고 장위동 돌곶이에 위치한 한 PC방 에 도착했다. PC방 내 흡연자가 있다는 민원이 들어온 곳이었다. PC방 내부 곳곳에 붙여진 금연 스티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무관에게 적발된 흡연자 이 모(남·61세) 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이 모 씨는 피우던 담배를 종이컵에 비벼 껐다. 금연법 시행 이후 재떨이를 가게에 설치하는 것이 금지되자 이 PC방처럼 종이컵을 재떨이 대용으로 두는 곳이 많다. “몰랐는데요. 흡연석에서 (담배)피우면 괜찮은 것 아닙니까?” PC방은 ‘계도기간’이라 12월 31일까지는 흡연석에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계도기간은 업주에만 적용된다. 흡연자는 흡연이 적발되면 예외 없이 10만원의 과태료를 문다. “아닙니다. 1일부터는 흡연석이라도 PC방내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됩니다. 흡연부스나 영업 공간 밖에서만 피우셔야 합니다.”
이 씨가 계속해서 ‘몰랐다’고 주장하는 탓에 단속이 지체되던 중 박 주임이 강 주무관에게 눈짓을 보냈다. 눈앞에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을 모르고 담뱃불을 붙이는 50대 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XX XX들, X같은 법이나 만들고 말이야…” 이번 흡연자는 단속에 아랑곳 않고 하던 게임에 열중했다. 단속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자 또다시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강 주무관은 이 정도 욕설은 그나마 ‘양반’ 이라고 말했다. “제게 욕을 직접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아요. 욕설이 심할 땐 경찰까지 현장에 출동하기도 해요. 시민 입장에서는 법 집행에 항의하실 수 있으니 욕설을 개인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더 이상 흡연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PC방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 온 금연 스티커를 PC방 업주에게 건넸다. PC방 업주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도 계속 피워요. 어쩌란 말입니까?” 업주의 불만세례마저 익숙한 듯 박 주임은 그저 “이번 스티커는 과태료 안내가 함께 나와 있으니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주세요”란 말만 되풀이했다.
다음 단속 대상은 가게가 아닌 건물 전체였다. 금연 건물로 지정된 보문동의 화진빌딩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운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5층 건물로 들어서는데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50대 남성이 슬그머니 길거리로 자리를 피했다. 건물을 단속할 땐 세 명의 단속관이 모든 사무실을 직접 돌아다니며 흡연자가 있는지 묻는다. 모든 사무실의 사람들이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한 사무실에선 담배냄새가 나는데도 “우리 업소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금연건물인 만큼 손님이 와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해달라고 당부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종암동의 한 PC방으로 이동했다. 담뱃불을 붙여 입에 갖다 대려던 한 20대 여성이 단속팀이 들어서자 종이컵에 담배를 끄고 슬그머니 모니터 뒤로 밀어 넣었다. 현장을 적발하거나 사진 등의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적발이 어려운 탓에 이 같은 상황은 경고로 그친다.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남성 장 모 씨는 “몰랐다”며 놀란 기색이었다. 순순히 단속에 협조하던 장 모 씨는 과태료 금액을 묻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PC방을 나가버렸다. PC방을 나오니 운초우선교육관이 바로 보였다. “아무래도 학교 근처는 흡연자가 적은 편이죠?” 기자가 묻자 강 주무관이 “안암동 주변이 민원 제기율이 제일 높은 편입니다”라고 답했다. 민망한 마음에 “대부분 대학생이니 단속에 불복하거나 욕을 하지는 않죠?” 하고 기자가 다시 묻자 강 주무관은 웃음으로 받아넘기면서도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 사학인데…”란 말이 ‘대학생도 욕을 한다’는 말보다 부끄럽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