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총학생회는 국정원 사태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추진력과 의견수렴 과정 모두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안암총학의 성명발표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학내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으며, 총학 측 입장과 관련 없는 단체의 피켓 문구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해 오해의 여지를 불러 일으켰다. 한편 세종총학은 중립적 입장의 규탄성명서를 냈지만 의견수렴과정에서 중앙운영위원회와 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하지 못하는 절차상의 문제점을 보였다.   

  안암총학생회(회장=황순영, 안암총학)는 6월 26일 본교 학생회관 앞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국정원 사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총학 관계자 13명을 제외하고 성명발표에 참여한 인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욱이 성명 발표일이 본교에서 진행된 사법고시 2차 시험일 이어서 마이크도 사용하지 못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6월 20일 가진 성명발표 기자회견에 1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다. 황순영 회장은 이에 “규모를 기준으로 성명발표의 가치를 평가 할 순 없지만, 학우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 총학(회장=고은천)은 학내 의견수렴 과정을 일부 생략하고 11일 시국선언을 단행했다. 의견 수렴과정에서 온라인 투표로 시국선언에 대한 찬반 여부를 조사했지만, △선택지의 편향성 △온라인 투표의 저조한 참여(24000명 중 유효 투표수 785명) △인적사항 기재에 따른 비밀투표 위반 가능성 등의 문제로 반대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에 연세대 총학은 온라인 투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일 간 중앙도서관 앞에서 ‘총학생회와의 대화’을 열기까지 했다.

  황순영 회장은 연세대 총학과는 달리 국정원 사태 관련 입장표명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황순영 회장은 “국정원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시국선언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성명서의 형태로 의견을 표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혜인(문과대 인문13) 씨는 “시국선언이 학우들의 뜻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게 맞지만, 이번 시국선언이 흐지부지 된 것은 총학의 의지와 추진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요즘의 총학생회는 예전 70, 80년대 총학생회들에 비해 투표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며 “과거처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심정적 동조를 얻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총학생회 자체가 자신들의 행동에 따른 학우들의 비판을 심히 우려하는, 다소 수세적인 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안암총학의 성명서 발표는 6월 23일 열린 중앙운영위원회(의장=황순영, 중운위) 의결 결과로 결정됐다. 중운위에선 ‘국정원 사태에 총학생회 차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와 ‘의견표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 두 가지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 결과 총학생회 차원의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절반 이상의 대의원들이 찬성했고, 의견표명방식에 관한 안건에 있어선 시국선언 방식을 지지한 정경대와 이과대를 제외하면 나머지 단과대는 성명서를 통한 의견표명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학의 성명서 발표 과정에서 학내 여론수렴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운위에서 논의가 그쳐 일반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황순영 회장은 “학우들이 방학을 맞아 대부분 고향으로 내려가 전학대회를 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그 하위 의결 기관인 중운위를 열었고, 각 단과대 회장들에게 단과대운영위원회(단운위)를 열어 의견 수렴에 힘쓸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과대 △법과대 △이과대는 단운위를 열지 못했다. 김경진 정경대 회장은 6월 26일 중운위에서 “단운위의 의견을 수합해 달라는 요청에 긴급 단운위를 열었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의견 수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장에 노동자연대학생그룹인 다함께 회원이 참여해 ‘몸통 박근혜는 물러가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안암총학은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들의 문구와 모습이 담긴 사진을 페이스 북에 게시했다. 이에 총학측은 1일 다함께의 주장은 자신들의 입장과는 상관이 없으며, 사전에 발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황순영 회장은 “의례적으로 노동자연대 측에서 참석해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피켓의 문구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 점은 총학 측의 부주의”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총학생회(회장=박광월, 세종총학)는 안암총학과는 대조적으로 국정원 사태에 대응했다. 1일 국정원 사태에 대한 규탄성명을 통해 의견을 표명하며 규탄성명서에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에 대한 진상규명  △수사기관의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수사  △헌법에 보장된 절차적 민주주의 보장 △국정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운영위원회(회장=박광월, 중운위)나 중운위와 과 학생회장을 포함한 확대운영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아 의견수렴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박광월 회장은 “6월 19일 이후 중운위를 소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정치적 행위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일부 중운위 위원의 입장으로 인해 회체계의 인원이 기존 11명에서 더 줄었다”며 7000명 전체 학생의 의견수렴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말했다.

  또한 박광월 회장은 “‘시국선언’의 형태가 아닌 ‘규탄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며 “최대한 사건본질의 핵심을 짚고 문제해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수정(인문대 인문사회13) 씨는 “국정원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면서 비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성명을 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페이스북과 쿠플존같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의견수렴과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북한학과의 한 학생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라는 중대한 사항을 중운위의 인원부족으로 인해 소집하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단과대 및 학부 회장, 기구 학생회장, 총학생회장단으로 구성된 중운위가 오히려 중대 사안에 대해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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