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일 간의 파업 끝에 ‘무한도전’은 돌아왔다.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지부(MBC 노조), 나아가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노조가 바랐던 ‘언론자유’는 파업 종료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요원하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3언론자유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년 연속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됐다. 순위로 따지면 조사대상 197개국 중 칠레, 이스라엘 등과 함께 공동 64위다. 보고서는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표현의 자유가 현저히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옴부즈맨에 재갈 물린 공영방송
  KBS는 6월 28일 옴부즈맨 프로그램 ‘TV비평 시청자 데스크’를 담당하던 고영규 시청자국장과 홍정민 시청자서비스부장을 교체했다. ‘TV비평 시청자 데스크’가 방송에서 자사의 국정원 관련 보도 문제점을 지적한 직후다. 이날 방송에서 김서중(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심층 보도가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단순 사실만을 나열했고 이마저도 부실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인사이동에 대해 사측은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명령일 뿐”이라 해명했지만 KBS 노조는 사측의 보복 인사라고 주장했다.
  최문호 KBS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파업 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KBS 노조가 파업을 끝내는 조건으로 사측에 요구한 ‘대선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설치’와 ‘탐사보도 강화’는 절반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공방위에서 KBS 노조는 뉴스시간 배분의 형평성과 화면 구성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선 보도 과정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 방송시간을 집중하는 등 편파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최문호 간사는 “보도 행태를 비판할 기회를 얻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편파 보도가 계속되는 등 문제가 개선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탐사보도 강화’는 기존 조직인 탐사제작부에 5명이 보충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KBS 노조가 주장했던 인원 10명의 절반 수준이다.

‘파업 참여 기자는 믿을 수 없다’
자료제공 | MBC 노조
  6월 23일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선 예정된 세 꼭지 중 하나인 ‘국정원에 무슨 일이?’가 제외됐다. 애초 13분 길이로 방송돼야 했던 국정원 꼭지는 담당자 심원택 부장의 압력으로 전파를 타지 못했다. 제작진은 결방을 피하기 위해 현 정권에 민감한 부분을 잘라내고 6분 길이로 줄였지만 해당 내용은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차장 이하 ‘시사매거진 2580’의 제작진은 6월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심원택 부장은 국정원 꼭지를 처음 냈을 때부터 취재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부장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정원 꼭지를 담당했던 기자는 현재 심원택 부장에 의해 ‘시사매거진 2580’ 제작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MBC 노조는 사측이 정당한 보도 요구를 이념 논리로 덮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좌우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을 비판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사측은 노조가 특정 정파의 사주를 받아 방송하는 것처럼 몰아간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파업 종료 후 1년 동안 사측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요직을 배정했다”며 이 같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 꼭지 결방 당시 해당 부장은 기자에게 ‘지난해 파업에 참여했던 정치적 기자가 쓴 기사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언론자유 여건은 오히려 더 악화
  YTN에서도 국정원 관련 보도가 사측의 압력으로 중단됐다. 6월 20일 YTN의 단독 보도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 글 2만 건 포착’은 이홍렬 보도국장의 압력으로 방송되지 못했다.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은 “사건을 취재한 기자에게 국정원 직원이 전화를 걸었는데 해당 직원은 당일 오전에 있었던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며 “내부 인물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알기 힘들었을 내용”이라고 말했다. YTN 기자협회는 보도 압력 정황에 대한 토론회를 보도국장에게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현재 YTN 노조는 공정방송위원회를 열고 보도 중단을 지시한 부장 문책을 사측에 요구한 상태다.
  YTN엔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다. 노사합의 하에 ‘공정방송협약(협약)’이 체결됐지만 2009년 8월 배석규 사장 취임 이후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협약은 같은 해 5월 낙하산 사장으로 촉발된 노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체결됐으며 경영진의 공정방송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협약에 의하면 방송윤리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사장도 공정방송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다.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언론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안팎의 여건은 파업 이후 오히려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편향된 보도를 하는 경향이 노골화됐다는 것이 YTN 노조의 주장이다. YTN 노조는 계속해서 해직기자 복직과 배석규 사장 퇴진을 주로 한 ‘공정보도 복원’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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